내년 7월부터 1.6→1.8%…노동자·사업주 각 0.1%p씩 추가 부담2019년10월 0.3%p 올린후 33개월만에 다시 인상 결정일반회계예산도 1.3조 투입…손쉬운 '국민부담 전가' 비판도정부 "코로나19 탓에 불가피"… 전문가 "최저임금 등 노동정책 영향"
  • ▲ 고용보험.ⓒ연합뉴스
    ▲ 고용보험.ⓒ연합뉴스
    정부가 바닥을 드러낸 고용보험기금의 보험료를 2년9개월 만에 다시 올리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으로 고용보험기금 재정이 악화한 측면이 있는 데도 책임을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 탓으로 돌리면서 기금 충당의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출 다이어트와 함께 추가 재정 지원을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예산 투입도 결국 혈세로 이뤄지는 만큼 국민 부담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1일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화 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재정건전화 방안은 크게 보험료율 인상과 추가 재정 투입, 지출 다이어트로 갈린다.

    정부는 먼저 바닥을 드러낸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을 내년 7월부터 1.8%로 0.2%포인트(p) 올리기로 했다. 노동자와 사업주가 각각 0.1%p씩 분담한다. 월급이 300만원인 노동자라면 보험료가 내년 7월부터 2만4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3000원 오르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10월 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을 1.3%에서 1.6%로 0.3%p 올렸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서 보험료율 0.5%p 인상이 이뤄지는 셈이다.

    고용보험기금은 실업급여 계정과 고용안정·직업능력(고안·직능) 계정으로 나뉜다. 실업급여 계정에서 구직급여·육아휴직급여 등을 지급하고 고안·직능 계정으로 고용유지·직업훈련 등의 지원사업을 한다.
  • ▲ 실업급여 설명회장.ⓒ연합뉴스
    ▲ 실업급여 설명회장.ⓒ연합뉴스
    문제는 현 정부 들어 사회안전망 구축을 촘촘히 한다며 2019년 실업급여 지급액과 지급기간 등을 늘리고 설상가상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고용보험기금이 고갈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9일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7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67만9000명으로 지급액은 1조393억원이다. 그나마 기저효과로 1년 전보다 12.5%(1491억원) 감소한 금액이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 2월(1조149억원) 이후 6개월 연속으로 1조원대를 기록 중이다. 올 들어 지급된 실업급여는 총 7조523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누적 지급액 총 12조2000억원의 61.6%에 해당한다. 올해 월평균 지급액이 1조748억원이므로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총 12조8976억원이 지급될 전망이다.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부터 줄기 시작해 올해 말에는 4조7000억원까지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금 여윳돈을 모아두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임시로 꿔온 7조9000억원을 빼고나면 사실상 3조2000억원 적자 상태다. 고용보험기금 중 지출 비중이 큰 실업급여 계정은 올해 말 예상 적립금이 4조원까지 떨어진다. 노동부는 오는 2023년이면 실업급여 계정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내다본다.

    실업급여뿐 아니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고용유지지원금 등 고안·직능 계정의 지출도 대폭 늘고 있다.

    정부는 기금 건전화 방안으로 정부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일반회계 예산 1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공자기금에서 추가로 1조3000억원을 빌려온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 고안·직능 계정의 6개 사업 구조조정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의 급여액 절반 삭감 △부정수급 적발 강화 △실업 인정 기준 재정비 등의 사업 구조조정과 지출 다이어트 구상안도 담겼다. 노동부는 지출 절감 효과를 2조6000억원쯤으로 추산했다. 재정건전화 방안을 통해 내년에 총 5조6000억원쯤의 기금 확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2025년에는 8조5000억원의 적립금이 쌓여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2017년부터는 단계적으로 꿔온 공자기금의 상환도 가능하게 될 거라는 견해다.

    정부는 보험료 추가 인상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태도다. 그러나 사회안전망 강화를 이유로 포퓰리즘 정책을 밀어붙여 고용보험기금 재정을 악화시킨 정부가 기금 고갈을 보험료 인상을 통해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영향도 무시할 순 없지만, 고용보험기금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시장에 무리를 준 노동정책에 더 큰 원인이 있다"면서 "과거에 비해 기금으로 감당할 부분이 늘어났다는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