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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시장, 과도한 입찰보증금 관행여전…중소건설사 '그림의 떡'

이촌동 한강맨션 입찰보증금 1000억 제시, 한남3·갈현1 이후 2년만
중소건설사, 기울어진 운동장에 불만…대형사 독식구조에 의기소침

입력 2021-10-13 13:10 | 수정 2021-10-13 14:24
정비업계 수주전 과열로 입찰보증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수도권을 넘어 지방에서도 입찰 참여 문턱이 높아지고 있어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건설사들의 설자리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에 나선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조합은 입찰 참여보증금으로 1000억원을 제시했다. 통상 입찰보증금은 예정된 공사비의 10%로 책정하는데 공사비(6224억원)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정비사업지에서 1000억원대 입찰보증금이 등장한 건 지난 2019년 말 한남3구역(1500억원), 갈현1구역(1000억원) 이후 2년 만이다.

국내 최초 중산층 아파트이자 한강변에 인접한 노른자 입지로 손꼽히다보니 시공능력 상위권에 랭크된 대형건설사 입찰 참여 유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입찰보증금 규모가 워낙 큰 탓에 자금력이 충분한 건설사들만 수주전에 뛰어들 수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광주 최대어로 불리는 풍향구역 재개발 구역이 입찰보증금을 무려 700억원이나 내걸어 화제가 됐다.

상반기 시공사를 선정한 부산 우암2구역 재개발 조합도 300억원을 현금납부토록해 눈길을 끌었다. 중소건설사들은 지방 수주전에 사활을 걸어야 하지만 정비사업 과열 열기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는 입찰보증금이 과도해 공정경쟁 기회가 점점 사라지는 것에 불만을 토로한다. 시공능력순위가 낮은 건설사들은 수주전 참여 기회를 박탈당하고 오직 현금 보유량이 풍부한 대형건설사만 주택사업을 독식하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건설사별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짙어지고 주거문화도 대형건설사 브랜드 위주로 획일화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일각에선 국토부가 입찰보증금 관련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조합이 특정 건설사 입찰을 유도하거나 배제하지 않도록 공정한 경쟁입찰이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작년 말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개정한 바 있다. 현장설명회 당시 입찰보증금 가운데 일부를 납부하는 현설보증금 납부 조건을 금지하는 것에 그쳤을 뿐, 입찰보증금 규모 등에 대해선 조합에게 전적으로 결정권을 부여했다.

이를 두고 중소건설사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A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이나 수도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소건설사들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노력하고 있으나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입찰참여 조건을 시공능력 10위권, 혹은 5위권 내로 제한하거나 입찰보증금을 과도하게 책정하면서 수주전에 참여해볼 기회조차 박탈당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과도한 입찰보증금이 부담스럽긴 대형건설사도 마찬가지다. 시공사 교체 등 분쟁 상황에 휘말리면 조합이 입찰보증금 몰수하는 등 건설사로선 리스크가 상당한데 해결방법이 소송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공 계약이 해지됐다하더라도 즉시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조합 결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 건설사들도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 전문가는 “재건축, 재개발 사업 과열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정비업계에 혼란을 주지 않도록 국토부가 직접 나서서 모호한 규정을 손보고 일부 건설사들이 사업을 독식하지 못하는 장치를 마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채진솔 기자 jinsolc@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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