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이어 해양진흥공사도 주식전환 결정산은 1.5조, 해진공 1.9조 이익"조기 상환" 공염불… 소액주주들 집단 반발
  • 해양진흥공사의 HMM 전환사채 주식전환 소식에 개인 주주들이 들끓고 있다.

    특히 배재훈 HMM 사장이 조기상환을 약속한지 10여일만에 주식전환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더 큰 모습이다. 이들은 다음달 1일부터 해양진흥공사 앞에서 집회를 시작할 계획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양진흥공사(해진공)은 4년 전 사들인 HMM의 무보증 사모전환사채(CB) 6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전환되는 주식 수는 8364만7009주로 주당 전환가액은 71739억원이다.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해진공은 6000억원을 빌려주고 2조4592억원(26일 종가 기준)어치의 주식을 갖게 된다.

    지난 6월 산업은행의 CB 6000만주에 대한 주식전환 이후 해진공도 역시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산업은행 역시 당시 주식전환으로 2조원대 수익을 냈다. 이번에 전환되는 주식은 내달 16일 상장될 예정이다. 상장이 완료되면 해진공은 산업은행(지분율 20.69%)에 이어 19.96%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가 된다.

    해진공의 주식전환 결정으로 HMM의 실적에는 큰 타격이 예상된다. 부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는 만큼 주식 가치는 희석돼 파생손실을 실적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HMM은 앞서 1분기 실적에 8649억원, 2분기 1조986억원의 파생손실을 냈다. 주식전환 소식이 알려지면서 HMM 주가는 이날 오전 10% 이상 하락하며 2만6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 ▲ 배재훈 HMM 사장ⓒ자료사진
    ▲ 배재훈 HMM 사장ⓒ자료사진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CB에 대한 조기상환을 기대했지만, 결국 해진공이 주식전환을 결정한 것을 두고 '우롱당했다'는 분위기다. 배재훈 HMM 사장은 지난 13일 '주주님께 드리는 글'을 통해 CB 조기상환 청구권 행사를 약속했고 실제로 22일 이를 공시했다. 하지만 해진공이 곧바로 주식 전환권을 사용함에 따라 배 사장의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

    네이버 카페 HMM 주주 동호회 한 회원은 "상환공시를 내놓고 며칠이 지났다고 주식전환을 발표하나"며 "이건 대국민 사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다른 회원은 "개인 주주들이 희망을 갖도록 공시를 올리고 며칠만에 전환을 발표하다니 농락당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HMM이 해진공의 주식전환을 유도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내년 3월까지 시간이 남았음에도 조기상환 청구권을 행사해 해진공이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HMM의 조기상환 청구에 따라 해진공은 늦어도 12월9일 전까지 결정을 내려야 했고, 투자자들의 반발을 HMM에 돌릴 명분을 얻게 됐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아직 남은 CB가 줄줄이 남았다는 점이다. 이번 주식전환에 따라 HMM의 남은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2조6800억원에 달한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절반씩 보유한 이 채권의 전환가액은 5000원으로 모두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주가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소액 주주들은 집단 행동에 나설 분위기다. 가입자 1만명이 넘는 HMM 주주 동호회는 내달 1일부터 5일간 부산 해진공 앞에서 단체 시위에 나선다. 회원들은 부산, 경남 지역은 물론 서울에서도 참여하겠다는 각오다. 이들은 각자 보유한 주식 위임을 통해 5% 지분을 확보한 뒤 임시주총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홍이표 HMM 소액주주 대표는 "해진공의 주식전환청구권 행사로 남은 전환사채에 대한 주식 전환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이전에 임시주총을 열고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