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6조·SK 5조 통 큰 자사주 소각 … 상법 개정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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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16조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하고, SK㈜도 내년 초 5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37조7000억원 규모의 역대 최대 연구개발 투자도 단행했다. 상법 개정 이후 주주가치 제고 요구가 한층 거세진 가운데, 국내 대표 기업들이 단순한 배당 확대를 넘어 자사주 소각과 미래 투자까지 동시에 내세우며 시장 설득에 나선 모습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보유 자사주 약1798만주 가운데 임직원 보상 활용 목적분을 제외한 약1469만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사회 전일 종가 기준 소각 규모는 4조8343억원이다. 회사 측은 발행주식의 약20%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같은 날 2025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자사주 운용 계획과 연구개발, 시설투자, 임직원 보수 현황 등을 공개했다.

    ◇SK, 발행주식 20% 소각 … 지주사 밸류업에 승부수

    SK의 이번 결정은 국내 지주사 기준으로도 이례적인 수준의 자사주 소각으로 받아들여진다. 소각 대상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매입한 자사주뿐 아니라 과거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취득한 특정 목적 자사주도 포함됐다. SK는 2015년 SK C&C와 합병하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한 바 있는데, 당시 발생한 자사주까지 이번에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회사 측은 상법 개정 취지를 적극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SK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수차례 논의를 거쳐 자사주 전량 소각이 전체 주주의 최대 이익에 부합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정 목적 취득 자사주의 소각이 이사회 결의로 가능해진 상황에서 주주가치 제고라는 개정 취지를 실질적으로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재무 여력도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제시됐다. SK의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2024년 말 10조5000억원에서 2025년 3분기 8조4000억원으로 줄었고,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86.3%에서 77.4%로 개선됐다. 

    회사는 지난 2년간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한 만큼 대규모 소각에 나설 기반을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배당도 늘렸다. SK는 지난달 2025 회계연도 기말 배당금을 6500원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8월 지급한 중간배당금 1500원을 포함한 연간 배당금은 8000원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회사는 고배당 기업 주식 배당소득 과세 특례 등도 고려했다고 공시했다.

    ◇삼성, 자사주 소각 예고 … 역대 최대 연구개발 투자 병행

    삼성전자는 2025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연구개발에 총37조7000억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보다 7.8%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시설투자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52조7000억원이 집행됐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AI 반도체와 차세대 메모리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 투자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과 고용량 DDR5 등 차세대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주주환원도 병행했다. 삼성전자는 2025년 말 기준 1억543만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8700만주를 올해 상반기 중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0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16조원 규모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4년 11월 총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고, 2025년 2월에는 1차 매입한 3조원어치 자사주를 전량 소각했다고 설명했다.

    임직원 보상 체계 변화도 공개됐다. 삼성전자는 2024년 임원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했던 주식 보상 방식을 2025년부터 전 임직원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도입한 성과조건부 주식 제도에 따라 약13만명에게 총3529만주를 지급하기로 약정했으나, 실제 지급 여부와 수량은 2028년 10월까지 주가 상승률 등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밸류업은 이제 ‘배당’ 넘어 ‘소각+투자’ 경쟁

    삼성전자 직원들의 평균 보수도 크게 늘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5800만원으로, 전년 1억3000만원보다 2800만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21.5%다. 국내 임직원 수는 12만8881명으로 전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최대 수준의 고용 규모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와 상생 관련 지표도 공개했다. 지난해 사회공헌 매칭 기금은 113억8000만원, 산불 피해 복구 성금은 18억5000만원이었다. DS부문은 상주 협력회사 중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489억원의 우수협력사 인센티브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SK와 삼성전자의 대기업 밸류업 전략이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배당 확대 여부가 주주환원의 핵심 지표였다면, 이제는 자사주를 실제로 소각해 유통주식 수를 줄이고,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과 시설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지가 시장 평가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