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축유 5천만 배럴 방출키로… 韓·中·日·英·印도 동참지속성이 변수·미봉책 지적도… OPEC+ "증산 검토 재고" 반발육계농장 첫 확진 등 고병원성 AI 확산세… 달걀·닭고깃값 또 불안
  • ▲ 물가 비상.ⓒ연합뉴스
    ▲ 물가 비상.ⓒ연합뉴스
    고공행진 중인 소비자물가 향방이 안갯속이다. 미국은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국제유가를 잡으려고 전략 비축유 방출을 강행하기로 했다. 한국도 동참했다. 주요 산유국이 반발하고 있지만, 고삐 풀린 국제유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반면 국내에선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세다. 밥상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던 달걀값이 다시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각) 연설에서 "국제적인 기름값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상과 통화하고 논의했다"며 "오늘 역대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국제 공조는 공급 부족으로 말미암은 가격 상승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머잖아 주유소에서 기름 가격이 내려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백악관은 별도 자료를 내고 유가를 낮추기 위해 비축유 5000만 배럴 방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애초 점쳐졌던 방출량 3500만 배럴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백악관은 또한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인도, 영국 등도 동참한다고 부연했다. 앞서 국제사회는 걸프전 등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을 때 3차례 공동 비축유 방출에 나섰었다.

    우리 정부는 23일 "미국이 제안한 비축유 공동방출 제안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급격히 오른 국제유가에 대한 국제 공조 필요성, 한미동맹 중요성, 주요 국가 참여 여부 등을 고려했다"며 "방출 규모·시기·방식은 추후 구체화할 예정이다. 과거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공조에 따른 방출 사례와 유사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2011년 리비아 사태 때 전체 비축유의 4%쯤(346만7000배럴)을 방출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8월 말 현재 전국 9개 기지에 9700만 배럴(공동비축물량 제외)의 석유를 비축 중이다. 올해 6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106일간 쓸 수 있는 양이다.

    미국은 추가 비축유 방출 가능성도 열어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비축유 추가 방출 검토 질문에 "옵션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석유회사의 반시장적 행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휘발유 도매가격은 최근 몇 주 새 10% 가까이 내렸는데, 주유소 판매가는 한 푼도 내리지 않았다. 석유 유통사가 적게 쓰고 많이 남기고 있는 것"이라며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불법적인 반시장 행위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것이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등 외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 비축유 방출과 관련해 전례 없는 공동전선을 꾸리는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 ▲ 바이든 미 대통령.ⓒ연합뉴스
    ▲ 바이든 미 대통령.ⓒ연합뉴스
    시장에 전략 비축유로 쏟아져나오면 일시적으로 공급 부족에 숨통이 트이면서 유가 상승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변수는 지속성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미국이 주도하는 비축유 방출 국제공조에 반발하고 나섰다. 다음 달 2일 예정된 석유장관 회의에서 증산 계획을 다시 생각해야 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산유국의 증산 재고 가능성 소식이 전해지자 22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1.07% 오른 배럴당 76.7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유럽에서 봉쇄령 카드를 다시 꺼내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봉쇄령이 내려지면 이동이 제한되면서 석유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국경을 닫아 수요가 줄자 주요 산유국은 석유 생산을 줄였고, 국제유가는 20달러대로 떨어진 바 있다.
  • ▲ 고병원성 AI 확산.ⓒ연합뉴스
    ▲ 고병원성 AI 확산.ⓒ연합뉴스
    국내에선 고병원성 AI 확산세가 물가 불안요인으로 급부상 중이다. 23일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전날 충북 음성 육계농장에서 고병원성 AI(H5N1)가 확진됐다. 고병원성 AI는 지난 8일 충북 음성 메추리농장을 시작으로 총 7건이 발생했다. 육계농장에선 이번에 처음 확진이 나왔다.

    최근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석유류 품목이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리고 있지만, 올해 물가 상승을 견인한 품목은 농축산물이었다. 특히 달걀은 AI 여파로 공급이 달리면서 밥상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통계청의 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석유제품과 농·축·수산물이 여전히 물가를 쌍끌이 견인하는 모양새가 이어진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3.7%)과 공업제품(3.4%)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각에선 정부가 올해 AI 발생에 따른 살처분 범위를 축소하면서 AI 확산에 따른 육계·달걀 가격 상승이 지난해보다는 덜 가파를 거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그러나 겨울 철새가 본격 도래하기 시작하면서 고병원성 AI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어 방심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