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향담배 규제 강화로 KT&G 미국시장 사업 재검토글로벌 시장 가향담배 규제 강화… 국내 조짐도궐련형 전자담배 제품 대부분 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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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G의 차세대 담배 기기 ‘릴(lil)’을 두고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인 릴의 ‘핏(fiit)’의 대다수가 가향담배이기 때문. 최근 KT&G는 미국 내 가향담배에 대한 규제로 인해 사업성을 검토하는 중이다.

    문제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 가향담배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궐련담배와 달리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는 대안을 찾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16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가향담배에 대한 규제는 강화 일색이다. 가향담배가 청소년의 흡연을 높이고 금연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멘솔 담배 금지 입법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니코틴 저감 규제 강화 등 가향담배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 되는 중이다. KT&G가 미국 시장에 대한 판매중단과 사업 재검토에 들어간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KT&G 측은 “미국 시장은 지속적 규제 강화, 시장 경쟁 과열화 등으로 궐련담배 관련 사업환경의 어려움과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사업 성장으로 에스크로 예치금이 급속도로 증가해 현금 흐름 관리에도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담배 관련 소송 및 판매, 교육 등에 쓰이는 ‘에스크로(escrow) 펀드’에 일정 금액을 납입하도록 하고 있다. KT&G는 이로 인해 지난해 말 약 9098억원을 예치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단지 미국시장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가이드라인을 통해 담배제품의 맛을 향상하기 위한 구성요소는 사용을 금지 또는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연합(EU)도 2014년 담배규제법 개정을 통해 가향물질의 사용을 금지했고 지난해부터는 멘솔담배까지 금지된 상황. 이 외에도 캐나다, 브라질 , 칠레 등은 멘솔을 포함 모든 가향담배 제품을 금지하고 있다.

    그나마 KT&G는 일반 궐련담배 제품에서 비가향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대안이 있지만 차세대 전자담배 제품은 이야기가 다르다. 

    공교롭게도 KT&G ‘릴’의 궐련형 전자담배 ‘핏’은 10종 중 9종이 가향 담배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제품에 가향 및 가향캡슐이 포함됐기 때문. 경쟁사의 궐련형 전자담배가 비가향 제품을 다수 보유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해외에서 가향담배 규제가 더 확대될 경우 KT&G는 차세대 담배사업의 글로벌 수출 사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까지 KT&G가 궐련형 전자담배를 수출하는 국가는 모두 가향 담배 규제가 없는 곳이다. KT&G는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와 계약을 맺고 미국, 러시아를 비롯한 일본,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르비아, 키르기스스탄 등 10개국에 진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가향담배 규제가 없는 곳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들 국가 역시 규제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현재까지 별 다른 제한이 없는 국내에서도 가향담배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캡슐, 가향담배의 수입, 판매를 금지하는 김예지 의원의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비롯해 담배 가향 원료의 유해성을 제출하도록 하는 양경숙 의원의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각각 발의돼 계류돼 있는 상태다.

    KT&G 관계자는 “‘핏’은 현재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포트폴리오로, 향후 시장 및 규제 상황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것”이라며 “현재도 시장 트렌드와 규제 환경을 고려해 다양한 제품을 연구개발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