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그린북 12월호 "방역강화로 내수 영향 우려"내수부진·고물가 겹겹쳐…한은 "물가 오름세 장기화"정부, 내년 물가관리목표 2%대 검토…'물가상황 엄중'11월 고용·소비 지표는 '양호'… 내달 오미크론 영향권
  • ▲ 물가 비상.ⓒ연합뉴스
    ▲ 물가 비상.ⓒ연합뉴스
    정부가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급속 확산으로 내수 개선이 기대된다던 경기 진단을 한달만에 우려로 전환했다.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 악재도 여전하다고 봤다.

    한국은행은 고공행진중인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내수 부진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속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는 물가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다음주초 내놓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물가관리 목표를 이례적으로 2%대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소비자물가와 관련해 국제유가와 외식물가, 농·축·수산물 가격이 강세라고 진단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내놓은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41(2015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3.7% 올랐다. 2011년 12월(4.2%)이후 9년11개월만에 가장 높다. 전달(3.2%)보다도 0.5%포인트(p)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두달 연속 3%대를 기록한 것은 2012년 1월(3.3%)·2월(3.0%)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애초 국제유가 등 에너지가격 상승은 수급불균형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주요국간 갈등, 기상이변 등 예상치 못한 충격이 더해져 높은 에너지가격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가격상승률이 (연간 물가안정목표치인) 2%를 넘는 품목의 범위가 에너지·농축산물 등 일부 품목에서 최근 내구재·개인서비스·주거비 등으로 확대되는 점도 인플레이션 장기화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물가관리목표를 2%대로 설정할 거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알려진 바로는 기획재정부가 내년 물가관리 목표치를 기존 1.4%에서 2.0%이상으로 크게 올려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2016년부터 물가안정목표를 2.0%로 유지중이다. 매년 두차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는 정부는 2016년 이후 한번도 물가관리 목표치를 2.0% 이상 내놓은 적이 없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2016년 하반기 제시한 2017년 목표치 1.9%가 최고치였다.

    애초 정부는 물가상승세가 이어지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자 코로나19 쇼크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며 올 2분기 일시적으로 2%를 웃돌거라고 일축했었다. 하지만 정부 전망이 보기좋게 빗나가고 대선이 끼어 있는 내년까지도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거라는 전망이 잇따르자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물가관리의 고삐를 쥐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한국의 물가 상승률을 2.1%로 전망했다. 한은도 2.0%로 내다봤다.

    설상가상 오미크론 확산으로 정부 방역조치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선회하면서 경기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기재부는 이날 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견조한 수출·고용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코로나 확진자 증가와 방역 조치 강화 등으로 대면서비스업 등 내수 영향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지난달에 "방역체계 전환(위드 코로나) 등으로 대면서비스업 등 내수 여건이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으나 한달 만에 내수 우려로 상황 인식이 바뀐 셈이다.
  • ▲ 코로나19 선별진료소 긴 행렬.ⓒ연합뉴스
    ▲ 코로나19 선별진료소 긴 행렬.ⓒ연합뉴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도 인플레이션·공급망 차질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변이바이러스 확산과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가속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지속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7일 경제동향 발표에서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원자잿값 상승 등 대외적 악재와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내수위축으로 "경기 하방위험이 확대됐다"고 진단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우리경제가 다시 대내외 양쪽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올해 4%대 경제성장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실정이다. 지난달 정부의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소비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인 치킨, 햄버거 가격이 이미 올랐다. 교촌치킨이 지난달 값을 올린 데 이어 bhc도 이달 20일부터 가격을 1000~2000원 올릴 예정이다. bhc 치킨 가격 인상은 8년 만이다. 공공물가도 들썩일 조짐이다. 에너지가격 상승을 이유로 도시가스 요금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 ▲ 재정일자리.ⓒ연합뉴스
    ▲ 재정일자리.ⓒ연합뉴스
    다만 지표상으로는 아직 타격이 구체화하지 않은 모습이다. 오미크론발(發) 본격적인 피해는 다음 달 통계부터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린북 12월호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 국내 승인액은 1년 전보다 13.6% 늘며 10개월 연속 증가했다. 증가 폭은 4월(14.3%) 이후 최대였다. 백화점과 온라인 매출액은 각각 17.1%, 22.0% 늘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107.6으로 전달보다 0.8p 올랐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도 1년 전보다 34.9% 늘었다. 다만 할인점 매출액은 7.2%,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15.7% 각각 줄었다.

    고용은 11월 취업자가 1년 전보다 55만3000명 늘어 아홉달째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수출 호조와 경기 회복 기대감, 지난해 기저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증가 폭은 9월 67만1000명, 10월 65만2000명, 지난달 55만3000명으로 둔화하는 모습이다. 위드 코로나 시행 첫달 인데도 증가 폭이 전달보다 10만명 가까이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