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파격인사 약속한 손 이사장…"실망 더욱 커"첫 인사 실패 낙인·외부 낙하산 인사도 역풍 부담 "사내 비토 정서 높지만 대안 인물 부재"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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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부임 후 사실상 첫 인사인 경영지원본부장 임원 후보를 놓고 사내 비토정서가 여느 때보다 높아졌다.

    21일 한국거래소 노조에 따르면 경영지원본부장 후임으로 낙점된 것으로 전해진 집행간부인 A청산결제본부장(전무)은 과거 직장 생활 동안 여성 비하, 직원 괴롭힘, 충성 강요, 휴가통제 등 이른바 갑질을 일삼았다.

    A본부장은 지난 1992년 거래소에 입사한 뒤 파생상품시장본부 주식파생시장부장, 경영지원본부 전략기획부장, 경영지원본부·시장감시본부 본부장보 등을 거쳤다.

    부이사장급인 경영지원본부장 인선은 내부 승진 자리로, 이사장이 복수 후보 추천을 하면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 절차를 밟지만 통상 우선순위 후보가 내정된다.

    손병두 이사장 부임 후 첫 인사인 만큼 지난 1년여간 조직을 이끌어온 이사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직원들은 이같은 소식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본부장이 팀장급이던 시절부터 자신들이 직접 겪은 일이기에 과거 낙하산 임원 인사 과정에서보다도 특히 비토 정서가 높다는 전언이다.

    거래소 한 직원은 "직원들 사이에선 역사적으로 구악으로 불리는 인물"이라면서 "조직의 2인자로 절대 와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본부가 자리한 부산 본사에선 A본부장이 청산결제본부장 자리에서조차 내려와야 한다는 목소리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직원들의 화살은 A본부장은 물론 그간 소통을 강조해온 손병두 이사장까지 향해 있다.

    그간 변화와 쇄신 행보로 직원들의 기대감을 높여온 손 이사장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손 이사장이 연초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올 연말 인사에서의 파격과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실어준 터라 더욱 실망감이 크다는 평가다.

    거래소 조직 문화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지닌 것으로 전해진 손 이사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우선 지난해 12월 부임한 손병두 이사장의 첫 임원 인사라는 점에 대한 부담이 있다.

    손 이사장은 A본부장에 대한 직원들의 상당한 비토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후보 검증 과정에서 청와대가 A본부장에 대한 평판을 우려했음에도 손 이사장은 별다른 제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후보자로 올린 첫 임원 인사를 철회하며 실패를 인정할 경우 손 이사장의 남은 임기가 큰 부담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약 내년 3월 대선 이후 정권이 교체된다면 손 이사장에 대한 레임덕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내부 승진자리인 경영지원본부장 인사가 번복될 경우 청와대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로 채워질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단 해석도 나온다. 

    이사장 입장에선 A본부장을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본부장이 임원으로 있는 동안 성과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대안으로 다른 임원들을 검토했지만 경영지원본부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는 전언이다.

    파격적인 발탁을 통해 낮은 기수를 올릴 경우 이후 기수 문화인 거래소 조직에 생길 내부 잡음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래소 한 직원은 "상황상 이사장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고, 이사장 역시도 많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A본부장의 그간 성과가 어떻게 창출된 것인지에 대한 비판의식이 있어야 한다.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약속한 변화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직원은 "장관 후보자도 과거의 잘못들로 검증 과정에서 내려오는 세상"이라면서 "잘못을 했으면 책임을 지는 게 맞다. 행여 과거의 악행으로 현재 임원 인선에까지 영향을 주는 게 가혹하다는 판단을 한다면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