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노조 반발에도 경영본부장·시감위원장 후보 검증 통과여성 비하발언 논란 A본부장, 부이사장급 경영지원본부장 유력직원내 비토 정서 높아…노조도 천막농성 등 단체 행동 돌입손병두 이사장 부임후 첫 인사 부담·고대라인 챙기기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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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한국거래소 부이사장급 임원 후보에 대한 부실 검증 논란에 휩싸였다. 거래소 노동조합의 반발에도 과거 여직원들에 대한 성차별·성비하 발언 구설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인사가 부이사장급 임원으로 사실상 낙점된 것으로 전해진다.
15일 한국거래소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는 거래소 등기임원인 경영지원본부장 후임으로 집행간부인 A청산결제본부장(전무)과 B경영지원본부장보(상무)의 후보자 검증을 마쳤다.
거래소는 채남기 경영지원본부장(부이사장급)의 임기가 오는 28일 종료됨에 따라 지난 10월부터 이같은 후임 인선 절차에 돌입, 두 후보를 청와대에 추천했다.
통상 이사장은 외부에서 영입해오는 만큼 부이사장급 본부장 자리는 거래소 공채 출신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직급이다. 경영지원본부장은 이사장 후보 추천 후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을 거친다.
두 인사가 경영지원본부장 후보에 복수 추천됐지만 내부적으론 1순위 후보자로 A본부장이 사실상 낙점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변이 없다면 A본부장은 오는 28일 이사회 및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A본부장은 지난 1992년 거래소에 입사한 뒤 파생상품시장본부 주식파생시장부장, 경영지원본부 전략기획부장, 경영지원본부·시장감시본부 본부장보 등을 거쳤다.
이같은 소식에 직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 사이에선 과거 여성 직원에 대한 성차별·비하 발언 구설로 A본부장에 대한 비토 목소리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청와대는 최근 이번 후보자들의 본부장 후보 검토를 사실상 긍정적으로 마치면서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거래소 노조 관계자는 "A본부장에 대한 직원들 내 비토 목소리가 높다. 과거엔 지금처럼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과 성차별 문제를 용기내 꺼내놓기 힘들었던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공식화되지 않았지만 노조를 통해서든 직원 사이에서든 피해자들의 증언이나 목격담은 상당하다"면서 "그럼에도 청와대가 경영지원본부장 후보자로서 적합하다고 판단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 검증 절차가 지연된 두 달여간 충분한 검증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이같은 결론이 났다는 점에서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번 임원 인사에 반대, 반발 성명 배포를 시작으로 거래소 로비 천막농성 등 단체 행동 돌입에 나선다.
내부적으로 A본부장과 관련한 인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A본부장이 현재 맡고 있는 청산결제본부는 올해 4월 청산·결제 및 리스크 관리등 업무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신설된 조직이다. 그동안 5본부 체제를 유지했던 거래소는 설립이후 처음으로 6개본부 체제로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거래소 한 직원은 "청산결제본부가 사실상 A본부장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집행간부인 상무가 2+1년(연임)을 맡는 구조인데, 당시 등기임원인 본부장 자리 공석이 없자 전에 없던 집행간부로서 '전무' 자리를 만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당시 상무급 임원의 수는 늘리지 않는 대신 A본부장이 신설된 청산결제본부장으로 전무 승진하면서 상무급 정원은 줄어들었다.
직원들의 반발에도 이같은 무리한 인선이 강행되는 데엔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우선 고질적인 '고려대 챙기기'란 비판이다. 과거에 비해 다소 완화됐지만 거래소 내부에선 증권거래소·고려대학교 출신의 인사들이 승진에 유리하다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채남기 경영지원본부장을 비롯해 이번 후임 본부장 두 후보 모두 고려대를 졸업한 증권거래소 출신이다.
또 다른 해석은 지난해 12월 부임한 손병두 이사장의 첫 임원 인사라는 점에 대한 부담이다.
손 이사장은 이번 후보자들 가운데 특히 A본부장에 대해 직원들의 상당한 비토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이미 후보자로 올린 첫 임원 인사를 철회하며 실패를 인정할 경우 손 이사장의 남은 임기가 큰 부담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내부 승진자리인 경영지원본부장 인사가 청와대 검증 단계에서 불발될 경우 청와대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로 채워질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단 해석도 나온다. 거래소는 이번 인사와 관련 금융위원회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소 또 다른 직원은 "자본시장 관리자인 거래소가 여전히 시대에 맞지 않는 구태로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면서도 "이번 인사의 대안도 없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는 게 거래소의 실상"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송준상 시장감시위원장 후임으론 김근익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단독 후보 추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