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도입때 佛 '테제베' 선택…다른차량 였다면 '아찔'열차를 대차로 연결해 충격흡수…후속열차 탈선 막고 멈춰사고원인 터널내 구조물 충돌아닌 바퀴이상 가능성 제기돼코레일, 초기 사고전파 엉터리…국토부와 5분이상 차이 나
  • ▲ KTX-산천 열차가 충북 영동터널 인근에서 탈선한 모습.ⓒ연합뉴스
    ▲ KTX-산천 열차가 충북 영동터널 인근에서 탈선한 모습.ⓒ연합뉴스
    지난 5일 발생한 KTX-산천 고속열차 탈선 사고가 역대급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 인명사고를 피한 결정적 '신의 한수'는 과거 정부가 고속열차를 도입할때 프랑스산 '테제베'(TGV)를 선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6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전날 KTX-산천 탈선 사고는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사고는 5일 오전 10시30분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역으로 가던 KTX-산천(제23열차) 열차가 오전 11시53분쯤 영동터널 인근에서 객차 1량(4호차)이 궤도를 이탈하며 발생했다.

    전해진 바로는 당시 사고열차는 시속 290㎞의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열차에는 300여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바퀴가 선로를 벗어나면서 튀어 나가 후속 차량과 연쇄적으로 부딪히고 꺾였다면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테제베를 기반으로 하는 KTX-산천은 관절대차가 적용돼 바퀴가 빠지지 않은 나머지 열차들이 충격을 흡수하면서 버텨내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2019년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사고도 차량을 서로 이은 대차 시스템이 충격을 흡수하면서 대형사고를 막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절대차는 객차와 객차를 별도의 연결장치 대신 대차를 넣어 연결한 것을 말한다. 대차는 차량이 레일 위로 안전하게 달릴 수 있게 만든 바퀴가 달린 차체 하부 지지대를 말한다. 일반열차의 경우 대차가 차량마다 달려있고 각 차량이 별도의 연결장치로 이어지는 형태다. 이번 사고처럼 바퀴가 빠져 탈선할 경우 차량이 튀어 나가 꺾이고 접히면서 후속 차량과 연쇄 추돌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관절대차는 하나의 대차가 차량 사이를 연결하는 방식이어서 한쪽 차량의 바퀴가 빠져 궤도를 이탈해도 문제가 발생한 차량이 따로 튀어나가지 않게 앞뒤로 연결된 다른 객차가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차량 간 연쇄 추돌과 탈선을 막는 것이다.

    한 철도전문가는 "우리나라가 도입한 고속열차 시스템이 (관절대차 방식이 아닌 단부대차 방식의) 독일 이체에였다면 차량이 튀어 나가 연쇄적으로 충돌하면서 많은 인명피해가 날 수 있었다"며 "관절대차를 적용한 나머지 차량이 버텨주면서 대형사고를 막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속열차 도입 당시 독일, 프랑스, 일본이 경쟁을 벌였던 상황에서 관절대차 방식의 테제베를 선택했던게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는 얘기다. 실제 단부대차 방식의 이체에는 지난 1998년 6월 뮌헨에서 출발해 시속 200㎞로 함부르크로 향하던 열차가 하노버 북쪽 50㎞ 지점에서 승용차와 충돌하면서 탈선했고, 객차가 서로 꺾이고 접히면서 100여명이 죽고 200여명이 다치는 대형사고가 났다.
  • ▲ 바퀴가 떨어져 나간 탈선 열차 모습.ⓒ연합뉴스
    ▲ 바퀴가 떨어져 나간 탈선 열차 모습.ⓒ연합뉴스
    ◇사고 원인으로 바퀴 이상 가능성 제기

    이번 탈선 사고는 애초 알려졌던 것과 달리 사고 원인이 열차 차량의 바퀴 이상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애초 코레일은 사고 원인과 관련해 "터널내 미상의 물체와 부딪히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원인은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었다. 터널 위쪽에서 떨어진 어떤 구조물이 달리던 열차와 부딪히며 사고가 났을 거라는 추정이었다. 하지만 익명의 철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현장 근처에서 '미상의 물체'는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대신 탈선한 4호차의 차량 바퀴가 사고 현장에서 3㎞쯤 떨어진 오탄터널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업계의 한 소식통은 "(오탄터널 인근에서) 탈선하면서 선로에도 문제가 생긴 것으로 들었다"고 귀띔했다.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탈선 차량의 바퀴가 먼저 빠졌고 관절대차가 적용된 KTX-산천의 나머지 열차가 충격을 흡수하며 계속 밀고 나가는 동안 긴급 제동이 걸렸을 거라는 추정이 나온다. 시속 290㎞로 달리던 열차가 3600m쯤을 이동한 뒤 멈췄다는 것은 상당한 긴급 제동이 걸렸을 거라는 얘기다.
  • ▲ 코레일.ⓒ뉴데일리DB
    ▲ 코레일.ⓒ뉴데일리DB
    ◇코레일 11:58 vs 국토부 11:53…사고발생시각 5분差

    이번 사고를 통해 국토부와 코레일은 기본적인 사고소식 전파 등 초동대응에도 문제를 노출했다. 코레일은 사고가 난 5일 오후 1시10분을 넘기고서야 첫 사고 소식을 언론에 전파했다. 당시 코레일은 사고가 오전 11시58분쯤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오후 5시30분에서야 서울역에서 노형욱 장관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고 오후 7시가 넘어 언론에 배포한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오전 11시53분 사고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코레일은 오후 6시30분이 넘어 배포한 사고소식 전파에서도 사고 발생 시각이 오전 11시58분이라고 했다.

    뉴데일리경제 확인 결과 코레일 본사 4층의 사고총괄상황실에 접수된 보고서에는 사고가 이날 오전 11시53분 발생한 것으로 돼 있다. 코레일은 부사장이 장관 주재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한 이후에도 사고발생 시각을 5분이나 늦게 언론 등 외부기관에 전파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급하게 사고소식을 전파하는 과정에서 상황실과 시간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