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인적공제 확대·신용카드 공제 확대 등 공약공제혜택 확대 내용만 담아…제도개선 문제는 거론안해근로소득자 면세자 비율 40% 육박…이들은 혜택 없어
  •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기대하고 있는 '13월의 월급' 연말정산. 

    연말정산은 직장인들의 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이 줄어든다더라', '월세 세액공제가 늘어난다더라'하는 말에 시시각각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여야 대선후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공제혜택이 늘어날수록 직장인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지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여야 후보들은 서로 질세라 공제 혜택을 듬뿍 담은 공약을 앞세우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 연말정산 공약은?

    연말정산 관련 공약을 먼저 들고나온 것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다.

    윤 후보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인적공제 본인 기본공제액 200만원 인상(현재 150만원) ▲부양가족(자녀) 연령요건 만 25세(현재 만 20세) ▲인적공제 소득기준 연 200만원 이하(현재 연 100만원 이하) ▲신용카드 등 사용액 한도 현행 대비 50% 인상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이 공약이 시행됐을 경우 대학생 자녀 1명을 둔 연봉 6000만원인 직장인(외벌이)은 지금보다 50만원 정도를 더 돌려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 공약으로 직장인들이 연간 3조원의 소득세 부담을 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질세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근로소득공제 금액 상향 ▲자녀세액공제 2배 이상 확대(현재 1인당 15만원) ▲인적공제 연령 26세 확대 ▲월세 세액공제 확대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 공제한도 확대 ▲주택저당차입금 원리금상환액 공제한도 확대 ▲연말정산 간소화 ▲청년취업자 연 100만원 특별소득공제 도입 ▲전통시장 사용액 공제 확대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두 후보 모두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등 연말정산 구조 문제나 신용카드 등 사용액 소득공제에 대한 일몰연장 문제, 면세자 비율 등 수 년간 논란이 됐던 문제는 차치하고 공제혜택 확대만 담은 내용만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여야 대선후보들의 연말정산 공약을 내세우며 강조하는 것은 치솟는 집값과 물가에 살림살이가 팍팍한 직장인 또는 서민에게 힘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후보의 공약은 정말 서민에게 힘이 되는 것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우선 연말정산이 어떤 구조로 돼 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환급되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연말정산의 사전적 의미는 '급여소득에서 원천징수한 세액의 과부족을 연말에 정산하는 일'이다. 

    근로자의 급여명세서를 보면 근로소득세를 매달 떼어간다. 이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세액으로 일정금액을 매달 원천징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달 원천징수한 금액이 10만원이라면 기납부세액은 연 120만원이 된다. 

    이후 연말정산을 통해 부양가족과 내가 지출한 금액 등을 정산해 최종세액이 결정되는데 이 때 130만원의 세액을 환급받는 것으로 나왔다면 최종적으로는 12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연말정산은 내가 낸 세금을 돌려받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공제액이 200만원, 300만원 나왔다고 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120만원이다. 

    만약 부양가족도 없고 소비지출도 없어 결정세액이 150만원이 됐다면 기납부세액 120만원을 제외한 30만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그래서 연말정산을 잘못하거나 미혼 직장인들은 세금을 토해낼 수도 있다는 말이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연말정산 공약, 서민에게 혜택 주어질까?

    여야 대선후보의 말처럼 연말정산 공제확대 혜택이 서민들에게 돌아가려면 기납부세액이 많아야하지만 기납부세액이 많은 것은 고소득 근로자다. 

    저소득 근로자는 급여 자체가 적기 때문에 원천징수금액도 적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연말정산 공제혜택을 늘려줘도 이미 납부한 세금에서 돌려받는 연말정산 제도의 특성상 기납부세액보다 많은 금액을 받을 수는 없다.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면세자들은 대선후보들이 아무리 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의 공약을 내놓아도 '그림의 떡'인 셈이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 531만명(전체 근로자의 32.4%)이던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14년 802만명(48.1%), 2015년 810만명(46.8%), 2016년 774만명(43.6%), 2017년 739만명(41%), 2018년 722만명(38.9%), 2019년 705만명(36.8%), 2020년 726만명(37.2%)를 기록했다.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면세자다. 이들의 경우 근로소득이 낮거나 또는 부양가족이나 소비지출이 많아 면세자가 됐을 확률이 크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인천대 교수)은 "대선후보들이 서민을 위한다며 공약을 내놓지만 면세자한테는 영향이 없는 얘기인데다 목적이 불분명하다"며 "신용카드 공제 확대의 경우에도 소득이 늘어야 지출이 늘어나는 것인데, 더 쓰라고 해도 더 쓸 수 없는 상황인데 무슨 세금을 깎아준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용카드 공제의 경우 더 지출해 이득보는 사람들은 면세자가 아닌 중고소득자인데, 공약 효과에 대해선 거론도 하지 않고 근로자를 위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근로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것인지 뭔지 공약에 목표성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