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개 중진료권별 공공병원 확보… 국립보건의전원 설립 필수의료 집중한다면서 ‘탈모 보장’… 상반된 가치의 충돌제한적 건보 재정, 포퓰리즘 공약은 미래세대에 독(毒)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종현 기자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숙제는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의료정책을 설계하는 것이다. 견고한 지지대를 만들어야만 국민 건강권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추후 새로운 감염병이 창궐해도 대응할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 본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내놓은 의료공약을 진단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 공공의료 공약 독보적… 의료계 반대도 거세 

    이재명 대선 후보의 의료공약 중 핵심은 공공의료 확충이다. 타 후보들과 달리 이 영역에서 다양하고 구체적인 공약이 설계되고 있다. 

    그의 정치계 입문의 시작점이 ‘성남시의료원’인 만큼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꾸준히 투자했던 공공의료 분야에 가치를 실현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공공의료 공약은 ▲70개 중진료권별 공공병원 확보 ▲지역·공공·필수 의료 인력 양성 ▲지역 의료기관별 진료 협력체계 구축 ▲전국민 주치의 제도 도입 4개로 좁혀진다.

    먼저 전국 70개 중진료권 마다 지역거점 공공병원 55개소를 확충을 쟁점 과제로 설정했다. 총 1만1500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으로 이를 위해 4조2500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지역 공공 필수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국립보건의료전문대학원 신설과 의대 신설을 공약을 내세웠다. 필수진료과목 국가책임제, 지역필수의료 수가 가산제, 지역의사제, 지역간호사제 도입, 공공임상교수제도 도입 등의 방안도 제시됐다.

    지역 의료기관별 진료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나왔다. 구체적으로 지역 내 의료기관들이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협력하는 지역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공공의료와 의료 불평등 해소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전 국민이 자신의 주치의를 두고 건강문제를 우선 상의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포부 아래 ‘전국민 주치의제’ 도입 및 확대를 약속했다.

    이 같은 공공의료 ‘4대 공약’은 이재명 후보만의 구체적 셈법이 드러난 것으로 국내 보건의료 체질 개선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외에도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대체복무제도인 ‘공중보건간호사’ 도입 등 공공의료 강화 방안이 담긴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의료계의 반대가 거세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와 관련 의협은 “감염병 대응을 강화하고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의료 확충을 기치로 내건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의대설립과 정원 증원은 결코 공공의료 확충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보건의료 재정이 부도 위기에 놓인 상황이기 때문에 초고령사회를 위한 의료시스템 개선을 통해 건전한 건강보험 재정 운영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공약 인지도 최상위 ‘탈모 공약’, 소확행의 위험성

    이재명 후보는 타 후보와 달리 의료공약에 집중하며 다양한 정책 설계를 진행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뜬금없이 등장한 탈모 공약 등 포퓰리즘에 입각한 정책이 인지도 측면에서 최상단에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공의료는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의미인데, 미용의 영역에 가까운 탈모 치료를 보장하겠다는 상반된 가치가 충돌한다.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과 의료체계의 근간을 재설계하는 공약이 맞물리면서 혼란이 가중된다.

    현재 이 후보 캠프에서는 연간 1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 투입으로 탈모 치료제 급여화 등 공약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실제 특정 치료 또는 약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단가가 낮아지면서 수요가 폭증하게 된다. 약 1000만명으로 추산되는 탈모 인구를 기준으로 한 달 약값 4만5000원 중 3만원을 보장하면 연간 최대 3조6000억원이 추가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탈모 공약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의 목적은 생명·건강에 밀접하게 관련된 질병의 치료를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 후보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중 하나인 탈모 공약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래세대에 독(毒)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적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차기 정부가 임기를 수행해야 할 2025년을 기점으로 초고령 사회로의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동시에 의료비 상승, 재정 투입도 올라간다.

    실제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79조5000억 원이었던 건보 지출이 2030년엔 160조500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건보 재정 퍼주기식의 소확행 공약이 위험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