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 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재원조달방안 제출 공약 소요비용·재원조달방안 세부내용 없어 세출예산절감 '뜬구름'만…후보들 '증세' 계획은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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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를 불과 3주 앞두고 공개된 대선후보들의 공약가계부 지각 제출에, '검증'이라는 중요한 과정이 생략되는 분위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몇 달 전부터 선심성 공약을 쏟아냈지만 재원마련 계획은 이제야 내놓으면서 이를 검증을 하기에 시간도, 내용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16일 공개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매니페스토 비교 분석을 위한 질의 답변서'에 따르면 이 후보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과 수출 1조달러·국민소득 5만달러·주가지수 5000 달성, 경제적 기본권 보장 등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으며 270개 공약에 5년간 300조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공약의 세부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약별 소요비용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원마련 방법은 유사사업 통폐합이나 탈루세원 확보, 조세지출 조정 등 세출예산 절감과 추가 세입증가분 등으로 마련하고 증세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에 50조원, 기초연금 인상 35조4000억원, 병사 월급 인상 25조5000억원, 주택난 완화 및 주거복지 12조1000억원 등 총 200개 공약에 266조원의 비용이 든다고 추계했다. 

    재원 마련 방법은 세출예산 절감으로 150조원, 추가 세입증가분으로 116조원을 충당하겠다고 밝혔지만, 증세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 '안갯 속' 재원조달방안 계획…정치 불신 키운다 

    공약 소요비용과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침묵했던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가계부는 진일보한 것이 분명하지만, 각 지역 공약이나 세부 공약에 대한 소요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과 세출예산 절감만으로 재원 마련이 가능한 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유권자는 선거까지 남은 3주 가량의 시간 동안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가계부에 대해 검증해야 하지만 어설픈 비용추계와 현실성 없는 재원 마련 계획은 짧은 시간 내 검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역시 "선거를 통해서 국정을 위임하는 것은 나라 살림을 믿고 맡기는 과정이기 때문에 대선공약은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기반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공약 대부분이 범위와 원칙, 일정 등은 생략됐고 입법 계획과 예산확보 방안 등에 대한 검토가 부실해 정치불신을 스스로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10일 한국국제경제학회가 주최한 '2022 경제학공동학술대회' 기조연설을 통해 "지금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과 진영 논리가 난무하고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우리 경제는 앞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정부의 향후 5개년 계획에 (대선후보들의) 선심성 재정지출이 추가된다면 정부부채 비율은 5년 후에 70%를 상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는 올해 추경으로 50.1%를 기록, 50%를 돌파했으며 이대로 간다면  2023년 52.9%, 2024년 55.8%, 2025년 58.5%로 증가하게 된다. 

    ◇ 눈 가리고 '아웅'하다가…증세 고지서 받게 될 수도 

    공약 재원 마련의 대표적인 방법 두 가지는 세출구조조정과 증세다. 문제는 공약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을 마냥 허리띠만 졸라매는 세출구조조정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이 경우 증세가 불가피하지만 정치권에선 '증세'를 표 떨어지는 카드로 인식, 가능하다면 최대한 피하고 싶어하는 선택지다. 

    일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인 시절 5년 동안 공약이행을 위해 131조4000억원을 사용하겠다고 밝혔으며 증세없이 예산절감, 세출구조조정,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해 현실성없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음에도 증세 카드는 끝끝내 꺼내지 않았다.

    물론 박근혜 정부 당시 단행됐던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세액공제 전환이 사실상 증세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민건강을 위하고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세제개편일 뿐, 증세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선이 끝나고 1년 뒤 박근혜 정부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증세가 아니라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사실상 증세같은 세제개편을 맞딱뜨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재난지원금 등 정부가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해줘야한다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번 대선은 후보들이 재원조달계획을 생략하는 쪽으로 흐름이 잡힌 것 같다"며 "코로나19가 발생하고 2년 동안 쓴 것은 부채로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대선이 끝나고 1년 뒤에는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구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재정지출을 확대한 것을 줄인다든지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국민들이 그동안 받았던 것을 줄이거나, 세금을 늘리는 증세가 있다"며 "현재 확대재정은 마무리되는 시기로 봐야하고 내년 이후에는 세출구조조정이나 증세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