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사태로 에너지공급 차질 우려↑… 25일 에너지공급망 회의"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 이른 시간 내 정상가동" 주문전문가 "신한울 허가 지연, 신고리 2~3년 뒤 준공… 상황 모르나""신규 원전 안짓고 기존 원전 연장 금지하며 주력 운운 말장난 불과"
  • ▲ 에너지 공급망 현안보고 회의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에너지 공급망 현안보고 회의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공급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탈(脫)원전' 정책을 펴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원전을 앞으로 60년간 주력 전원으로 써야 한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야권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그러나 원전 전문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기존 탈원전 입장과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나온 말치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이날 청와대에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앞으로 60여년 동안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건설이 지연되는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를 언급하며 "가능하면 이른 시간 내에 단계적으로 정상가동할 수 있게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이 원전들은) 포항과 경주의 지진, 공극 발생, 국내자립기술 적용 등에 따라 건설이 지연됐다"면서 "그동안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준 강화와 선제적 투자가 충분하게 이뤄졌다"고 준공을 앞당겨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원전기술에 대해서도 "세계적인 선도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원전해체 기술, SMR(소형모듈원자로) 연구, 핵융합 연구에 속도를 내고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침도 조기에 검토해 결론을 내달라"고 했다.
  • ▲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뉴데일리DB
    ▲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뉴데일리DB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그동안 탈원전 정책을 펴온 상황에서 다소 뜻밖의 발언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원전 전문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기존 탈원전 입장과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공급망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말치레하는 수준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날 문 대통령 발언은) 기존 (탈원전) 입장과 바뀐 게 하나도 없다"면서 "신한울 1·2호기는 이미 완공된 것을 (현 정부에서) 허가를 안 해줬다가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비싸지니까 가동을 추진해보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 교수는 신고리 5·6호기와 관련해서도 "2~3년은 더 있어야 준공된다"면서 "가동 시점을 앞당겨달라는 것은 원전 상황을 모르고 하는 얘기로,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문 대통령 말대로) 앞으로 60년간 원전을 주력 전원으로 활용하려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2030년까지 허가가 종료되는 기존 원전 10개를 완전가동해야 한다"며 "신규 원전을 안 짓고 (기존 원전을) 계속 운전하지 않겠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가 지적한 대로 문 대통령은 이날 원전 활용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원전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어필했다. 문 대통령은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이 지닌 장점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인 데다 특정 지역에 밀집돼 있어 사고가 나면 그 피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에너지믹스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금지 등을 2084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가 국내에서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외국에는 원전을 수출하려는 모습이 모순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각국은 자국의 사정에 따라 에너지믹스를 선택하고 있다. 원전이 필요한 국가는 한국의 기술과 경험을 높이 사 수입을 희망한다"며 "원전 수출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외부전문가로 참석한 이종수 서울대 교수는 "SMR, 사용후핵연료 등 원전 관련 문제는 국민적 수용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민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