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안전 전문가 이사회 합류…첫 女이사 선임 등 관심친환경 사업 등 사업 다각화 위한 정관 변경도 잇달아
  • ▲ 정기주주총회. ⓒ연합뉴스
    ▲ 정기주주총회. ⓒ연합뉴스
    주요 건설사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이달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면서 주요 안건에 관심이 쏠린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안전전문가를 이사회에 합류시키고 있다. 또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친환경 등 신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도 잇따르고 있다.

    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지난달 28일 대우건설을 시작으로 주총 시즌에 본격 돌입했다. ▲18일 삼성물산 ▲24일 현대건설, DL이앤씨 ▲25일 GS건설 ▲29일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주총을 진행한다.

    현대건설은 황준하 최고안전책임자(CSO)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황준하 전무는 지난해 경영지원본부 산하 안전지원실에서 지위가 격상된 안전관리본부를 맡고 있다. 그는 다년간 외주실과 구매실에서 근무해 외부업체와 접점이 많고 하도급 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최근 발생한 중대 재해사고와 관련, CSO로서 사고 수습과 안전관리 후속 조치를 총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 전무를 사내이사를 선임한 것을 두고 사고 수습과 안전관리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함께 정문기 성균관대 교수(경영학) 겸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의결하기로 했다.

    정문기 교수는 회계 분야 전문가로, 삼일회계법인 전무와 한국회계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다양한 전문 지식을 활용해 회계·재무 분야의 중장기적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GS건설은 임병용 대표이사 부회장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임병용 부회장은 2013년부터 GS건설을 이끌어왔는데, 2019년에 이어 다시 한번 임기를 이어가면서 GS건설은 물론, 업계 최장수 전문경영인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로는 금융, ESG 전문가 2명을 추천했다. 강호인 법무법인 율촌 고문과 이호영 연세대 ESG·기업윤리연구센터장이다.

    강호인 고문은 조달청장과 국토교통부 장관을 역임한 건설산업 전문가이며 이호영 센터장은 재무·금융과 ESG·윤리 경영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

    특히 GS건설은 국토부 고위 관료를 사외이사로 연이어 영입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권도엽 전 국토부 장관을 2016년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이어 2019년에는 김경식 전 국토부 1차관을 영입한 바 있다. 김 전 차관의 임기가 만료되는 올해는 강 고문을 선임하면서 7년 연속 '국토부 라인'을 이어간다.
  • ▲ 참고사진. 지난해 KT 정기 주주총회 현장. ⓒ연합뉴스
    ▲ 참고사진. 지난해 KT 정기 주주총회 현장. ⓒ연합뉴스
    DL이앤씨는 사외이사로 신수진 한국외대 초빙교수(램프랩 디렉터)를 선임할 예정이다. DL이앤씨 첫 여성 사외이사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8월부터 시행돼 자산 2조원 이상인 기업의 경우 적어도 2022년 7월까지 여성 이사를 선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물산은 제니스 리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현대건설은 조혜경 한성대 교수(IT융합공학부), GS건설은 첫 여성 검사장 출신 조희진 변호사를 각각 여성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DL이앤씨는 이번 주총을 통해 신수진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고, 대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7월까지 여성 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 교수는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 연구교수, 한진그룹 일우재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을 역임했다.

    DL이앤씨는 예술과 과학 분야에서 이색 경력을 쌓아온 신 교수가 주력 사업인 주택 사업에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친환경 신사업 확대를 위해 정관도 변경한다. DL이앤씨는 사업 목적에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저장(CCUS) 및 탄소 자원화 사업의 설계, 시공 및 운영에 관한 일체의 사업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업 ▲고압가스 저장 및 운반업, 위험물 저장 및 운반업 ▲신기술 관련 투자, 관리 운영사업 및 창업 지원 사업을 추가한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해 ▲유통업 ▲도소매업 ▲판매시설 운영업 ▲물류단지 개발업 ▲물류업 ▲물류창고업 ▲운수업 ▲데이터센터업 등을 추가한다.

    DL건설은 ▲소프트웨어, 정보처리 개발 및 공급업 ▲시장조사, 자문 및 컨설팅업 ▲전자상거래 및 기타통신판매업, 통신판매중개업 등 '토지정보 플랫폼' 관련 사업을 추가한다.

    코오롱글로벌은 ▲건설기계 및 물류 장비 판매업, 정비업 및 부품사업 ▲상품권 판매업 ▲금융상품 중개업 등을 추가해 상사사업과 자동차 사업 확장을 추진한다.

    계룡건설산업은▲태양광 발전 및 전력중개업 ▲폐기물 및 부산물 연료화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계획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은 최근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비건설 부문 사업 진출을 통한 사업 다각화는 건설 경기 하강 국면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방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택시장 호황으로 사업 다각화 노력이 주춤했으나 최근 다시 활성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