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 前복지장관 "고복지·고비용·저효율 '한국병' 심각""영국병 치유했던 대처처럼 시장경제원리 중시하는 개혁 착수해야""노조 불법에 원칙 바로 세워야…공공부문 기강해이도 혁신대상"
  • ▲ 윤석열 당선자가 유세 기간 강성 노조 등에 대해 언급하는 모습.ⓒ뉴데일리DB
    ▲ 윤석열 당선자가 유세 기간 강성 노조 등에 대해 언급하는 모습.ⓒ뉴데일리DB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던 최광 한국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재 우리나라가 소위 '한국병'에 된통 걸렸다고 진단했다. 최 명예교수는 한국병을 치유하기 위해선 과거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가 '영국병(British disease)'을 치유했던 것처럼 저비용·고효율로의 경제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명예교수는 최근 뉴데일리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한국병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의 현 경제상황은 영국 대처 총리가 집권할 때와 똑같다"면서 "영국이 과거 영국병을 앓았던 것처럼 우리도 한국병에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귀족 노조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재정 지출은 급속도로 팽창하는 우리나라의 현 경제상황이 영국이 영국병을 앓았을 때와 판박이라는 것이다.

    1970년대 영국은 과도한 사회복지, 노조의 막강한 영향력 등으로 말미암은 지속적인 임금 상승과 생산성 저하로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하는 현상을 겪었다. 고복지·고비용·저효율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적인 영국병에 시달리다 급기야 1976년에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지원까지 받는 상황에 내몰렸다.

    최 명예교수는 "영국은 1979년 대처 총리가 집권하자마자 저비용·고효율로의 경제구조 전환을 추진해 어느 정도 활력을 찾았다"면서 "(대처 총리는) 경제 전 부문에 걸쳐 시장경제 원리를 중시하는 개혁에 착수했다. 대처가 영국병을 고치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보면 한국병에 대한 해법이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화란병(Dutch disease)'으로 지칭되던 네덜란드 경제가 친(親)시장적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 활력을 되찾고, 스웨덴도 과잉 복지에 따른 금융위기, 재정위기로 경제가 나락에 빠졌다가 1990년대 중반에 '빚진 사람에게 자유는 없다'는 기치를 바탕으로 개혁에 나서면서 기력을 회복했다는 게 최 명예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국가 정책에는 지혜가 담겨야 한다"면서 "(위에서 언급한) 여러 나라의 경험과 역사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 철도파업.ⓒ연합뉴스
    ▲ 철도파업.ⓒ연합뉴스
    최 명예교수는 한국병을 치유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로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을 꼽았다. 가령 노조 활동의 경우 노조 본연의 영역과 역할을 벗어나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명예교수는 "노조를 결성하는 공통의 목적과 협상의 대상은 크게 2가지로, 하나는 월급을 올려받고 다른 하나는 작업장의 안전과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노조가 이를 벗어나 경영에 간섭한다거나 직접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것, 나아가 정치적으로 국가 정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명예교수의 설명은 대표적인 강성노조로 분류되는 철도노조의 파업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친노동자 성향의 문재인 정부에서 철도노조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국가철도공단, ㈜에스알(SR)과의 수직·수평 통합을 주장하며 이를 위해 파업도 서슴지 않았다. 철도 운영과 건설을 나눈 상하분리는 과거 철도청의 방문 경영이 문제가 돼 DJ(김대중) 정부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노무현 정부에서 분리가 이뤄졌던 사안이다. 코레일·SR 통합 논란도 통합에 따른 이익보다 분리 운영에 따른 편익이 더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정부정책을 끌고 가기 위해 승객을 볼모로 파업을 벌여왔다. 파업의 배경이 정치적 목적에 있다 보니 정작 코레일 사장이 협상테이블에 앉아도 노조가 원하는 대답을 할 수 없는 촌극을 빚어왔다. 최 명예교수는 "(차기 정부에선) 노조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난 불법 집회 등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 등 원칙대로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강성 노조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대응하겠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윤 당선인은 지난 8일 선거 막판 유세에서도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가 2500만명 정도인데 이 중 4%쯤인 100만명 가량만 강성노조가 대표한다"면서 "강성 노조가 법을 지키지 않아도 현 정권이 못 본 척 해왔다"고 비판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친노조 기조를 보였다면 윤 당선인은 집권 후 법과 공정의 원칙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최 명예교수는 차기 정부가 공공부문의 개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윤 당선자가) 민간 주도의 경제공약을 제시했으나 공공부문의 혁신은 빠진 듯하다"면서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고 비서실 축소 등을 언급하지만, 공공부문의 예산 낭비와 기강해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공공부문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공공부문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