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인수위에 '산안법 개정' 보고건설업계 "중복규제 한숨 돌려, 장기적 관점서 논의"노조 "건설현장 사고 악순환 우려, 제정 필요"
  • ▲ 건설산업노조연맹 조합원들이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건설안전특별법 2월 임시국회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건설산업노조연맹 조합원들이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건설안전특별법 2월 임시국회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 제정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점쳐지면서 건설업계와 건설노조 사이에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그간 건안법 제정을 두고 중복규제 등 우려를 내비쳐 온 건설업계는 한숨을 돌렸다는 반응이지만, 건설노조에서는 노동자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최근 고용노동부는 건안법 제정 대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손보는 방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27일 "인수위에서 해당 주제에 대해 검토를 시작한 단계로, 어떤 법에 근거하든 부실 시공을 근절하고 안전한 건설현장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하는 방향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건안법 제정안에서 추진한 항목을 산안법 개정으로 녹여낼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9월, 2021년 6월 각각 발의한 건안법은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작업할 수 있는 건설현장을 만드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건설현장 사망사고 발생시 시공자에게 1년이하의 영업정지나 관련 업종별 매출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지난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맞물려 가중처벌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국회에 계류 중이었지만, 잇따른 건설현장 사망사고에 따라 정치권 등에서는 건안법 제정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점쳐져 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중대재해처벌법 등 산업계를 옥죄는 규제들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만큼 고용노동부가 대안을 제시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그간 건안법 제정을 두고 고심이 깊었던 건설업계는 일단 한시름 놓았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건설업계는 법 제정에 앞서 소규모 사업장 법 적용 제외 및 과징금 부과 비율 조정 등 보완이 우선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현장 안전관리의 경우 기업과 노동자 모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사안임에도 관련 법들은 기업에만 모든 책임을 지우고 있다"며 "대다수 건설사가 안전관리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는 만큼 건안법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건설협회가 실시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기업 인식도 조사( 국내 기업 193개사 대상)에서도 응답기업의 85%가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업은 '산업안전보건법 규정과의 중복',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별도 법률 제정 불필요' 등을 건안법 제정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이와관련 대한건설협회측은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해 사회적 논란, 정부부처간 혼선이 많은데 이러한 것이 정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건안법까지 제정할 경우 건설현장은 그야말로 혼돈에 빠져 오히려 사고를 부추길 우려마저 있다"며 "건안법은 결코 제정되어서는 안 되며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하나의 법으로 일원화해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면 건설노조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건안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이번 업무보고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향후 법 제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건설노조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 눈치보기는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할 것"이라며 "건설노동자들이 하루에 2명씩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상황을 고려하면 건안법 제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