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휘발윳값 10주 연속 상승… 일부선 경윳값 역전 현상도기재부, 물가점검 박차… 홍 부총리 현장방문·1차관 회의 예정인수위 "기재부, 유류세 인하 포함 서민물가 안정화 방안 보고"3개월 연장 예고·추가 인하는 '신중'… 세수 추가 감소 등 부담
  • ▲ 휘발유 넘어선 경유 가격.ⓒ뉴데일리DB
    ▲ 휘발유 넘어선 경유 가격.ⓒ뉴데일리DB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우려가 현 정부와 차기정부 공통의 난제로 부상하면서 유류세 추가 인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5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56달러(1.39%) 오른 배럴당 113.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한주간 10.49%나 올랐다.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유가상승 압력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주유소의 기름값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넷째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윳값은 전주보다 7.5원 오른 ℓ당 2001.9원을 기록했다. 국내 휘발윳값은 10주 연속 상승했다. 2012년 10월 넷째주(2003.8원) 이후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경윳값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경윳값은 전주보다 15.6원 오른 ℓ당 1918.1원이었다. 2008년 7월 넷째 주(1932원) 이후 14년여 만에 최고가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뛰어넘는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화물·물류업계는 치솟는 기름값에 화물차 운행을 멈춰야할 판이라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고물가가 이어지다 보니 정부도 물가점검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번 주 기획재정부 주요 일정을 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오는 30일 물가점검을 위한 현장방문에 나서고 이틀 뒤인 다음 달 1일에는 이억원 1차관이 제6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며 물가관리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3일에는 한국석유공사 울산지사 석유비축기지를 방문해 국내 석유 수급·비축 현황 등을 점검하고서 "국제 유가 상승세가 3월에도 지속될 경우 유류세는 물론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인하 조치의 연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인플레이션은 차기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지난 26일 열린 인수위 워크숍에서 '글로벌 거시경제 변화와 한국 경제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강연을 한 김형태 김앤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정부가 없기 때문"이라며 "성장을 못 해도 국민은 용서하지만, 인플레이션을 못 잡으면 국민이 용서를 못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애초 인사말을 하고 행사장을 떠날 예정이었으나, 즉석에서 김 이코노미스트의 강연까지 들으며 자리를 지켰다.

    인수위는 27일 기재부가 유류세 인하를 포함한 서민 물가 안정화 방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고유가와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과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 지난해 10월26일 물가대책 관련 당정협의에서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발언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연합뉴스
    ▲ 지난해 10월26일 물가대책 관련 당정협의에서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발언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연합뉴스
    정부는 다음 달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한다고 예고한 상태다. 홍 부총리는 지난 4일 2017년 1월 이후 5년 만에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고유가로 인한 물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 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20%)와 LNG 할당관세 0% 조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가파르게 상승해 경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되면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행 중인 유류세 20% 인하는 역대 최대 폭의 인하 조치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최대 30%까지 인하할 수 있다. 인하율을 30%로 확대하면 휘발유 1ℓ당 세금은 574원으로 내려간다. 인하율 20%를 적용할 때보다 82원이 추가로 줄어드는 것이다.

    다만 기재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기재부는 27일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현재 유류세 추가 인하 여부나 인하 폭, 물가관계장관회의 개최 여부를 포함한 검토 일정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의 경우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 필요성이 잇달아 제기되자 10월17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유류세 인하방안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엿새 뒤인 22일 이억원 1차관은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로선 유류세를 최대한으로 내릴 경우 이후로는 마땅한 고유가 대응 정책카드가 없다는 점과 추가적인 세수 감소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돈 쓸 곳이 많아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유류세 연장과 추가 인하는 재정당국으로선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기재부는 지난해 10월26일 유류세 20% 인하를 발표하며 6개월간 정부 세수가 총 2조5000억원쯤 줄어들 거로 전망했다. 앞선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유류세 인하율을 법정 한도인 30%까지 6개월간 내릴 경우 3조4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