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 세액공제, 초중고생 사교육비 비공제코로나로 공교육 역할 못해…사교육비 역대 최대초저 학원 '돌봄' 기능도 감안해야
  • 통계청은 지난 11일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 통계청은 지난 11일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 워킹맘인 A씨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유치원보다 일찍 하교하면서 막막해졌다. 아이돌보미를 쓰자니 연령이 애매하고 일을 관두자니 생계가 막막했던 A씨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직접 학원으로 데려가주는 피아노와 태권도 학원 등에 보냈다. A씨는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여러 학원에 돌려가며 보냈지만, 올해 연말정산에서는 교육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왔다. 

    #.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등교하지 못하는 자녀를 본 B씨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학교에 가서 친구와 놀고 싶다는 자녀를 설득하는 것도 일이지만 학업도 뒤쳐지는 것 같아 불안했던 B씨는 어쩔 수 없이 자녀를 학원에 보냈다. 학원에서 공부도 하면서 친구와 교류하며 밝아진 자녀를 본 B씨는 마음은 편안해졌지만, 쌓여가는 학원비에 걱정만 늘어갔다. 

    직장인들의 지갑을 얇게 만드는 주범 중 하나가 자녀의 교육비다. 자녀가 점점 커갈수록 교육비는 점점 더 들게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학원비 등의 사교육비는 미취학 아동에 대해서만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연말정산 항목 중 하나인 교육비 세액공제는 취학 전 아동과 초중고생 1명당 연 300만원 한도, 대학생은 1명당 연 900만원 한도로 세액공제율 15%를 적용하고 있다. 근로자 본인이나 부양가족 중 장애인을 위해 지출한 교육비는 세액공제 한도가 없다. 

    문제는 자녀의 연령에 따라 공제가 가능한 교육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취학 전 아동은 보육료, 학원비, 체육시설 수강료, 유치원비, 방과 후 수업료, 급식비에 대해 공제가 가능하지만 초중고생의 경우 학원비는 공제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신 교복구입비나 현장체험학습비에 대해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녀가 7세 때 1년 동안 태권도에 15만원, 미술학원에 15만원을 지출했다면 연간 지출한 학원비는 360만원이다. 교육비 세액공제 한도는 300만원이기 때문에 300만원의 15%인 45만원에 대해 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자녀가 8세가 됐다면 7세 때와 똑같은 학원에 보내더라도 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액공제액 45만원을 돌려받지 못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자녀가 학교에 입학했다는 이유로 45만원을 더 내야한다는 의미다. 

    초중고생의 학원비 지출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주지 않는 이유는 공교육 정상화 정책 때문이다. 공교육 정상화의 핵심 내용은 '사교육비 경감'인데, 정부가 초중고생에 대한 사교육비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초중생의 사교육비는 총액은 23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조원 증가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20년 30만2000원에서 지난해 36만7000원으로 6만5000원 상승했다. 

    자녀 교육비로 연 78만원을 더 지출한 것이다. 

    이에 자녀를 둔 직장인들은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교육비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8세 자녀를 둔 학부모는 "맞벌이 부모들은 아이를 맡길데가 없어 학원을 돌릴 수밖에 없어 학원이 단순히 사교육을 하기보단, 돌봄 기능도 있다고 봐야 한다"며 "그런데 유치원 때까지는 공제해주던 사교육비가 8살이 됐다는 이유로 해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공교육을 정상화한다고 해서 학원을 안 보내는 시대는 지났다. 학원을 안 보내면 학교 공부를 따라가기 힘든데, 어느 부모가 안 보내겠느냐"라며 "코로나19로 학교 수업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모들의 부담만 늘어가는데, 말로만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지 말고 이런 공제부터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최원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부모 입장에서 보면 이런 지적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학원의 교육과 돌봄 기능을 구분하기 쉽지 않고 교육비 세액공제는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아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봐야한다. (공교육 정상화 정책과 병행할 수 있는) 적당한 솔루션을 제시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