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분기 성장률 4.8%…올 목표치 5.5%에 못미쳐상하이 등 봉쇄 충격 커…본격 피해 반영은 2분기에나中성장률 1%p 하락시 韓성장률 0.5%p 하락 압력"정상화에 시일 걸려"…政 "경제안보 핵심품목 감시 강화"
  • ▲ 중국 상하이의 한 도로가 지난 14일 봉쇄 여파로 텅 비어 있다.ⓒ연합뉴스
    ▲ 중국 상하이의 한 도로가 지난 14일 봉쇄 여파로 텅 비어 있다.ⓒ연합뉴스
    세계의 공장이자 소비처인 중국의 성장세 둔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시가 '제로 코로나' 봉쇄 조처를 완화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공급망 차질의 여파가 2분기에도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리스크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중국 현지와 국내의 조기경보시스템(EWS)을 업그레이드해 경제안보 핵심품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中경제 코로나 충격… 소비 감소 전환, 생산·투자 둔화

    그동안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해왔던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성장률은 지난해와 비교해 4.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4분기(4.0%)보단 0.8%포인트(p) 높지만, 지난달 열린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중국 당국이 제시한 올해 목표 '5.5% 안팎'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은 지난 30여년간 고속 성장을 이어오다 지난 2016년 6.9% 성장하며 '바오치'(保七·7%대 성장률) 시대를 마감했다. 이어 6년 만인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의 마지노선처럼 여겨졌던 '바오류(保六·6%대 성장률)'가 종언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당국의 민간기업 규제, 에너지 위기, 헝다(恒大)그룹 파산 위기로 촉발된 부동산 버블, 세계적 원자잿값 급등 등 경제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요소가 수두룩해 올해 5%를 지키는 것도 녹록지 않을 거라고 전망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올 중국 성장률을 4.8%로 내다봤다. 지난해 10월 전망치(5.6%)보다 0.8%p 내렸다.

    1분기 중국 성장률 둔화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대외변수도 한몫했다. 그러나 3월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중국당국이 기술·금융·무역 중심지인 선전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대도시들을 전면 또는 부분 봉쇄한 여파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3월 중국의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3.5% 감소했다. 소비 감소는 202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상하이 등의 봉쇄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생산도 둔화했다. 3월 산업생산은 1년 전보다 5.0% 증가했지만, 증가폭은 전월(7.5%)보다 축소됐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1분기 부동산 투자는 0.7% 증가했다. 하지만 1∼2월 3.7% 성장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3월 들어 투자가 급랭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생 안정과 직결돼 중국당국이 중요시하는 도시 실업률 지표도 3월 5.8%로 전달보다 0.3%p 올랐다. 2020년 5월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도시 봉쇄 여파는 2분기 실적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상하이 봉쇄가 한달 이상 길어지고 다른 지역에서도 두달쯤 부분 봉쇄가 이어지면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은 3.0%, 올 성장률은 4.2%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 ▲ 컨테이너.ⓒ연합뉴스
    ▲ 컨테이너.ⓒ연합뉴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의 성장세 둔화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겹악재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25.3%로 1위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1%p 떨어지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5%p 하락 압력을 받는다고 분석한 바 있다.

    세계 최대 무역항인 상하이항에서는 검역 강화로 통관에 걸리는 시간이 기존 2일에서 7일 이상으로 늘어난 상태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이달 초 '중국 봉쇄조치에 따른 컨테이너선 시장 영향 분석' 특별보고서에서 "중국의 도시 봉쇄조치가 컨테이너선 공급망 정체를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한국GM 부평 1공장은 이달 들어 근무를 기존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했다. 이 공장 생산량의 80%에 달하는 트레일블레이저용 중국산 부품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데 따른 조치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각종 부품을 들여오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현재 상황이 지속하면 다음 달부터 정상 조업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중국의 도시봉쇄 장기화는 반도체 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 정보통신(IT) 기기 수요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주요 도시들의 봉쇄로 스마트폰과 PC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공산이 적잖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행히 중국의 도시 봉쇄령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도시 봉쇄가 3주를 넘으면서 주민 반발과 경제충격이 심각해지자 상하이 시당국이 봉쇄를 대폭 완화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6일 상하이 바오산구 당서기는 연설을 통해 "대중의 불안과 식량 공급 압박이 커지면서 도시의 상황이 위급한 순간에 이르렀다"며 "관련 조치를 완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상하이 시당국은 코로나19 양성 시 2주간 자가격리하던 것을 앞으로는 환자만 별도의 수용소로 옮겨 격리하고 나머지 주민은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방역 방침을 수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전면적인 도시 봉쇄도 대폭 완화될 거라는 전망이다.
  • ▲ 경기 침체.ⓒ연합뉴스
    ▲ 경기 침체.ⓒ연합뉴스
    ◇조기경보시스템 위기감지 기능 강화

    정부는 중국 주요 도시의 봉쇄 확산에 대비해 공급망 영향을 점검하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오후 코트라에서 정대진 통상차관보 주재로 '중국 진출기업 및 공급망 점검 화상회의'를 연다.

    회의 참석자들은 중국 현지 상황에 대해 안심할 수 없다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설명으로는 주원석 주상하이총영사관 상무관은 "상하이 항만·공항의 물류 기능이 상당히 약화한 상태로 최근 상하이시가 반도체·자동차업종 등의 조업 재개를 추진하고 있으나, 방역과 물류 상황을 고려할 때 본격적인 생산 재개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평가했다.

    홍창표 코트라(KOTRA) 중국 지역본부장은 "상하이 인근 장쑤성·저장성 지역의 경우 반도체, 배터리,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 분야의 우리 기업 생산기지가 집중돼 있다"며 "봉쇄 조치가 이들 지역으로 확대하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이에 산업부는 현지 공관과 코트라·무역협회 등 유관기관에 현지 진출 기업에 대한 밀착 지원과 위기 감지 역할을 주문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경제안보 핵심품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가동 중인 EWS에 대한 현장의 애로·건의사항을 적극 반영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코트라는 우리 중소·중견 기업의 물류 애로 경감을 위해 중국 현지 44개 공동 물류센터에서 긴급 화물 보관, 운송비 지원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