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위헌법률심판 1년째 결정 못내려대표이사 정의선 기소된 형사재판도 덩달아 지연'재판 지연 목적 아니냐'는 비판도
  • ▲ 현대자동차. ⓒ뉴데일리DB
    ▲ 현대자동차. ⓒ뉴데일리DB
    '리콜 의무를 어기면 처벌'하도록 규정한 자동차관리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현대자동차그룹이 제기한 위헌 소송에 헌법재판소가 1년째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리콜 의무 위반으로 기소된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의 사건에 대한 법원의 결론도 덩달아 늦어지는 상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해 3월 현대차 측이 서울중앙지법을 통해 제청한 자동차관리법 리콜 의무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받아들였다. 신청이 받아들여진지 지난 19일로 1년이 지났지만 헌재는 아직까지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세타2 GDI 엔진'을 사용한 차량에 소음과 진동 시동꺼짐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하자 지난 2015년 9월과 2017년 3월 미국에서 2차례 걸쳐 총 166만 대 리콜을 진행했다. 

    이른바 '세타2 엔진 리콜' 사태다. 국내 생산 차량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현대차는 국내 생산 차량에도 유사 문제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고 국토교통부의 조사가 본격화되자 2017년 4월에야 리콜을 결정했고 '늑장 리콜' 지적을 받았다. 

    검찰은 현대차가 세타2 엔진의 결함을 알고도 리콜을 지연했다고 보고 지난 2019년 현대차 대표이사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 품질담당 임원 10명 등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현대차 측은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20년 6월 자동차관리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현대차 측은 리콜의무 관련 조항 중 '안전기준'과 '결함 사실을 인지한 날', '지체없이' 등의 불명확한 표현의 개념과 범위가 뚜렷하지 않아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과징금·과태료 처분만으로 입법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음에도 형사처벌을 더해 '비례의 원칙'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제적 리콜을 실행하지 않은 경우는 처벌하지 않고 자발적 리콜을 하지 않았을 때 처벌하는 것이 '평등의 원칙'을 위배한다고도 했다. 강제적 리콜은 국토교통부 등 행정당국의 지시에 의한 리콜이고 자발적 리콜은 자동차 제조사가 결함을 인지하고 스스로 시행하는 리콜을 뜻한다. 

    형사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할 경우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 전까지 재판이 정지된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는 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진 이후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하지만 해당 조항은 훈시규정으로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해당 규정을 지키면 좋지만, 훈시규정으로 꼭 지키지 않아도 된다"며 "해당 사안의 자세한 진행상황은 알 수 없고 재판부 일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대차 측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재판을 지연시키고 벌금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관리법 31조에 따르면 결함을 은폐·축소하거나 시정하지 않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한다면 정 회장과 현대차는 모든 형사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진다. 현대차는 세타2 엔진 결함으로 2020년 11월 미국에서 벌금 8천1백만 달러 (당시 약 900억 원)의 벌금을 납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재판 진행에 불리한 결과가 예상되는 경우에 소송지연작전을 사용한다"며 "본건은 헌법재판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이 정지되는데 소송법상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