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가 父에 임대보증금 송금하지 않아 우리나라는 '부부별산제' 채택, 부부 재산은 별도 "父 아파트에 무상거주한 이익분 증여세 부과 타당"
  • 거주할 집이 마땅하지 않았던 아들이 아버지 명의의 집에 거주하면서 어머니에게 전세금 명목으로 돈을 드렸다면 이는 정상적인 거래일까? 

    사회통념상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 거래이지만 국세청은 아버지 명의의 집에 대한 전세금 명목으로 어머니한테 준 돈은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증여세 부과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는 부부별산제이기 때문에 부부가 합의해 자녀의 돈을 전세금 명목으로 받았더라도, 당사자 간의 거래가 아닌 이상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 이런 판단이 나오게 된 것일까? 

    A씨는 지난 2012년 4월부터 아버지 명의의 아파트에서 거주하면서 2020년 어머니와 B주택을 공동명의로 취득했다. 

    A씨는 취득자금중 5000만원을 어머니에게 증여받았고 이에따라 국세청은 A씨의 부동산 취득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아버지 집에 거주한 것이 드러났고 국세청은 무상거주하고 있다고 판단해 어머니에게 받은 5000만원과 무상거주 이익분을 합산해 증여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A씨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2010년 소유하던 주택이 재건축이 되면서 추가분담금을 내야했지만 자금여력이 없었고 해당 주택을 어머니에게 10억원에 양도하게 됐다. 이후 어머니는 양도대금을 주기로 했지만 일부만 지급한 채 나머지는 주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A씨가 2012년 결혼을 하게 되고 집을 구할 돈이 없었던 A씨는 결국 아버지 집에서 거주하게 됐다. A씨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부부이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받지 못한 수억원은 아버지에게 전세보증금 명목으로 지급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A씨가 아버지에게 전세보증금을 지급한 증빙자료도 없고 어머니에게 지급한 수억원의 금융거래내역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어머니에게 수억원을 지급했다는 주장은 '끼워 맞추기식' 주장이라고 맞섰다. 

    억울한 A씨는 증여세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심사청구를 제기했다. 불복의 종류에는 과세가 되기 전 문제를 제기하는 과세전적부심사제도와 과세가 된 뒤 불복을 제기하는 사후 권리구제 제도가 있다. 사후 권리구제 제도는 세무서장과 지방국세청장에게 제기하는 이의신청, 국세청장에게 제기하는 심사청구, 조세심판원에 제기하는 심판청구가 있다. 

    대부분 심사청구나 심판청구에서 기각되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A씨의 심사청구를 심리한 국세청은 A씨가 어머니에게 주택을 양도하면서 수억원의 돈을 지급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오히려 A씨는 무상거주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어머니를 대신해 A씨에게 주택을 임대해준 것이기 때문에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임대보증금을 무상대여받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다만 문제는 A씨가 왜 장기간 동안 어머니에게 받지 못한 돈을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냐는 점이다. 상식적인 거래라면 아버지에 집에 거주할 때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어야 하며 당시 전세보증금 시세인 3억5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 어머니한테 돌려달라고 했어야 함에도 가만있었던 것을 봤을 때 결혼생활 동안 부모의 도움으로 살았다고 봐야한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또 어머니한테 받지 못한 돈이 아버지가 소유한 아파트의 임대보증금으로 사용됐다면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이를 송금해야하지만 그런 거래내역도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부부별산제로 부부의 재산은 별도로 보고 있어 부부 간이라도 금전을 주고받지 않으면 주고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에 국세청은 증여세 부과가 타당하다며 심사청구를 기각했다. 

    결국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임대보증금을 계좌이체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돼 아들인 A씨가 증여세를 부과받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