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대학원, 수억대 '부정·일감 몰아주기'로 상급기관 감사비위 사실, 관리 부실 인정했는데도 징계 없이 유종일 원장 연임'이재명 최측근' 유 원장, 주빌리은행 창립 멤버
  • ▲ KDI국제정책대학원 유종일 원장. ⓒKDI국제정책대학원 공식 홈페이지
    ▲ KDI국제정책대학원 유종일 원장. ⓒKDI국제정책대학원 공식 홈페이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 고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이하 KDI대학원) 원장이 내부 직원들의 '억대 일감 몰아주기' 비위를 묵인했다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원장직 연임에 성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본보가 입수한 KDI(한국개발연구원)의 '2021년도 특정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KDI 산하 KDI대학원은 수의 계약을 통해 특정업체들에 총 1억 7천391만 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줬다. KDI는 내부고발자를 통해 KDI대학원의 비위 정보를 입수,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감사를 벌여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회사', '무등록' 업체에 일감 몰아 줘…'비위 복마전'

    보고서에 따르면 KDI대학원 전기공사 담당자 A씨는 가족이 운영하고 본인이 약 6년 간 근무했던 모 전기회사에 지난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2년 간 총 8천7백만 원 상당의 전기·통신 공사 일감을 몰아줬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국가계약법 제30조 제2항에 따라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견적서를 받아야 하지만 임의대로 해당 전기회사를 시공업체로 미리 선정한 뒤 허위 견적서를 수령하는 방법으로 계약을 진행했다. 해당 업체는 제품 단가를 최대 239.8% 높게 부풀리고 계약 수량보다 제품을 적게 납품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소방공사 담당자 B씨도 비슷한 방식으로 비위를 저질렀다 감사에 적발됐다. B씨는 견적서 제출 과정에서 마찬가지로 자신과 친분이 있던 모 소방업체를 시공업체로 선정했다. 이 소방업체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2년 간 총 4천360백만 원 상당의 소방 관련 계약을 수주했는데 일부 원재료비 단가를 최대 1076.5%까지 부풀린 것으로 확인됐다.

    무등록 업체를 선정한 경우도 있었다. KDI대학원으로부터 인테리어 사업권을 딴 모 건설업체는 등록도 하지 않은 '무자격 업체'였다. 해당 건설업체는 KDI대학원으로부터 지난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총 4천31만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KDI 감사실은 보고서를 통해 "사업담당자가 계약 상대방이 해당 공사에 적합한 전문건설업을 등록했는지 확인해야 하나 이를 간과하고 무등록 업체를 신정해 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최종 결제자'는 유종일 원장...관리 부실에도 원장직 연임

    문제는 최종 책임자인 유종일 원장이 일련의 비위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은폐하려 했다는 점이다. KDI 규정에 따르면 대학원장은 대학원의 업무를 총괄하고 지휘·감독하도록 돼 있다. 또 직원의 비위 또는 범죄 사실을 보고받은 경우 형사 고발할 의무가 있지만 유 원장은 해당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 

    KDI대학원 내부에서는 유 원장이 비위 사실과 관리 부실을 인정했음에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원장 연임에 성공한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 원장은 지난 2018년 6월 제8대 원장에 임명돼 지난해 6월 3년 임기가 만료됐다. 유 원장은 지난해 8월17일 KDI대학원장 후보로 다시 지원했고 같은 해 9월 KDI대학원장 후보자 심사위원회(이하 대학원장 심사위)는 유 원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제9대 KDI대학원장으로 연임에 성공한 유 원장은 오는 2024년 9월12일까지 원장직을 유지한다.

    유 원장이 내부고발자를 압박해 비위를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본보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유 원장은 내부고발자인 김모씨와의 대화에서 "관계자들에게 시말서를 받으면 용서하고 넘어갈 수 있다"며 회유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내부고발자에게 "(내부 비위 문제가 불거지면)저는 그 비리잖아요, 배임이잖아요"라며 스스로 관리 부실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도 있었다.

    김씨는 유 원장의 제안을 거절하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내부 직원들이 이른바 '왕따'를 시키고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 일로 정신적 고통을 겪다 건강이 악화돼 지난해 4월부터 장기 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김씨는 "대학원장 심사위원회는 비위 사건에 대한 특정감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유 원장이 관리 소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연임 결정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측근 유종일 원장...'주빌리은행' 창립 멤버

    논란의 중심에 선 유 원장은 이 고문의 최측근 인사다. 그는 2014년 5월 이 고문이 성남시장에 출마했을 당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과 함께 이 고문 선거캠프의 정책자문단으로 활동했다. 

    또 2015년 8월에는 성남시장에 당선 된 이 고문과 함께 다양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주빌리은행'을 설립했다. 유 원장은 당시 이 고문과 함께 초대 공동은행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대학원 내부에서 유 원장이 각종 논란과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연임한 배경에 이 고문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KDI 측은 "유 원장이 직접 요청해 적극적인 내부 감사가 이뤄진 것으로 내부 비위를 묵인했거나 은폐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내부고발자인 김씨가 주장하는 인사상 불이익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유 원장 연임도 특정감사 이전에 이미 심위위원회가 열려 연임이 결정된 사안으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