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보다 2.6조↑… 선거 사흘 앞 전격 합의손실보상 매출기준 50억 이하로… 버스기사에 300만원손실보상 소급적용 추후 협의… 여야, 책임 떠넘기기연내 기준금리 '줄인상' 예고… '돈풀기'에 물가 자극 우려
  • ▲ 추경.ⓒ연합뉴스
    ▲ 추경.ⓒ연합뉴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정부안보다 2조6000억원쯤 늘어난 39조원으로 타결됐다. 지방재정으로 떼어줘야 하는 지출까지 포함하면 62조원 규모로 늘어난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에 통화당국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등 막대한 '돈 풀기'가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의힘 권성동·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한 뒤 이날 오후 7시30분 본회의를 열어 2차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추경 규모 확대를 두고 진통을 겪다 6·1 지방선거를 사흘 앞두고 합의를 도출했다. 전반기 국회가 끝나가는 물리적인 한계에 여야 모두 민생 안정보다는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추경안 처리에 원만하게 합의했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손실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따로 연 간담회에서 "민주당은 하루라도 빨리 어려운 민생을 극복하고 소상공인 등 국민에게 희망을 드려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 ▲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여·야·정 추경 협의를 위해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여·야·정 추경 협의를 위해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여야는 손실보전금과 관련해 지급대상 매출액 기준을 정부안인 30억원 이하에서 50억원 이하로 올렸다. 전국 371만여 사업자에게 6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주기로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법적 손실보상의 경우 지급대상을 매출액 10억원 이하 소기업에서 30억원 이하 중기업으로 확대했다. 손실보상 보정율은 애초대로 90%에서 100%로 확대키로 했다. 분기별 하한액도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렸다.

    최대 쟁점이었던 손실보상 소급 적용 문제와 관련해선 추후 손실보상법 개정 등 여야 간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여야는 손실보상 소급적용 문제에 대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신경전을 벌였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 정부에서 통과시킨 손실보상법에 소급적용의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라면서 "손실을 본 소상공인·자영업자 중에는 소급적용이 안돼 최대 1000만원을 받아도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부분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민생을 무한책임질 정부여당이 온전한 손실보상의 길을 스스로 막아선 것"이라며 "지방선거용 정략적 추경에만 골몰한 정부여당의 민생 외면에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번 추경에 대해 선(先)처리, 후(後)보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특수고용노동자(특고)·프리랜서·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금은 애초 정부안보다 100만원 늘어난 2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법인택시·전세버스 기사에 대한 지원금도 정부안보다 100만원 늘어난 300만원을 주기로 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위한 정부 지원액도 1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키로 했다.

    여야는 소상공인 금융지원 차원의 부실채권 채무조정을 위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출자에도 현물 4000억을 추가하기로 합의했다. 축산농가 부담 완화를 위해선 이자율을 1.9%에서 1%로 낮췄다. 어업인에겐 유가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산불 대응을 위한 헬기 추가, 비상소화장치, 산불 전문 진화차 확보 등의 예산도 정부안보다 130억원 늘었다.

    코로나19 관련 격리 치료비, 사망자 장례비, 파견인력 인건비 등의 예산은 정부안보다 1조1000억원 늘어 총 7조2000억원이 됐다.

    추경 편성과정에서 줄어든 지역 균형발전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관련해선 조속한 완공을 위해 적정한 소요 예산을 반영할 수 있게 명시했다.
  • ▲ 은행 대출 안내문.ⓒ연합뉴스
    ▲ 은행 대출 안내문.ⓒ연합뉴스
    여야 간 합의로 추경 규모는 정부안(36조4000억원)보다 2조6000억원쯤 증액된 39조원이 됐다. 초과세수 발생에 따라 40%를 떼어줘야 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62조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지출 증액과 나랏빚을 내지 않겠다는 원칙에 따라 국채 상환액은 7조5000억원으로 정부안보다 1조5000억원 줄어들게 됐다. 세출구조조정 규모도 정부안(7조원보)다 줄어들 예정이다.

    지방이전 교부금까지 62조원의 재원이 한꺼번에 풀리게 되면서 일각에선 고물가를 부채질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이 팽창 상태이고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 압력마저 커진 상황에서 대규모 돈 풀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금리 인상을 부채질할 뿐으로 (중장기적으로 볼 때) 소상공인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50%에서 1.75%로 올렸다. 5%를 넘보는 고물가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15년 만에 처음으로 두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문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6일(현지시각) 한국 경제전략 보고서에서 "한은이 7·8·10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올려 연말 기준금리가 2.50%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역사랑상품권도 논란거리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물가 상황에서 소비를 강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