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식 투자 예탁금 58조원…연초 이후 17조 감소 개인 주식 매수 금액 및 증시 거래대금 또한 큰 폭 줄어증권사 실적·주가 전망 암울… 2분기 및 하반기 눈높이↓금리 인상 종료 후 거래대금 점차 회복할 것이란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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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식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공급망 정체, 미국의 긴축 움직임 등으로 유동성 장세가 끝나고 하락장이 본격화하면서 주식 시장을 떠나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시장 거래대금 감소로 인한 증권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의 2분기 및 하반기 실적 전망치가 지난해 동기 대비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어닝쇼크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말 기준 57조5671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이다.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이기에 주식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로도 쓰인다.

    지난해 이후 60~70조원대를 유지해온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부터 50조원 후반대로 내려왔다. 올해 1월 70조3447억원을 기록한 후 2월 63조4254억원, 3월 63조2826원, 4월 61조4062억원으로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증시 호황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 청약금 환불 효과 등으로 예탁금이 사상 최고치인 77조9018억원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1년 사이 20조원 넘게 빠졌다.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자 개인들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강해진 영향이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예탁금 감소의 주요 원인은 주가지수 부진, 금리 상승, 해외 증시 매력도 향상 등”이라며 “쉽게 말해 높은 가격에 소위 물려있던 개인들이 손절 후 점차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거나 낮은 가격에 저점매수를 하면서 예탁금 소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두 가지 경우 모두 현재와 같은 지수 변동성 하에서는 잠재적 위험 요소”라며 “향후 금리의 추세적 하락 전환, 연금과 외인의 수급 개선, 지수 추세적 반등, 부동산 가격 반등 등의 급반전이 나타나야 고객예탁금 또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 거래대금도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5개월간 16조5703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순매수 금액(50조2818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일평균 거래대금 또한 지난달 말 기준 9조5589억원으로 전년 동기(15조9764억원) 대비 40.17% 급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떠나는 이유는 1년째 시장이 부진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코스피는 지난해 6월 고점(3316.08포인트)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지루한 하락장을 기록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활기를 잃자 증권사들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올해 2분기 실적 전망치 역시 1년 전보다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대금이 감소하고 채권 운용에 부정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WM),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이 급감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국내 주요 상장 증권사들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1조19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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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2분기 증권업황도 뚜렷한 개선 요인을 찾기 힘들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된 이후 증시가 조금씩 반등하면 증권사의 실적 및 주가 또한 점차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2012년과 2019년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된 후 증시가 반등할 때 증권업의 실적과 주가가 좋아졌다”라며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에 따른 유동성 변화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시가 2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하며 거래대금도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다만 변동성은 이전보다 축소되고 있기 때문에 거래대금도 1분기 수준을 상회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반등할 때 브로커리지 부문에서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점은 브로커리지 수익에 위탁매매 수수료수익뿐만 아니라 신용공여 이자손익도 포함되기 때문”이라며 “증시가 반등하면 최근 감소세를 보이는 신용공여 잔고도 다시 회복돼 대출채권 이자손익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