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조원 흑자 기록…에너지사업 공격 투자 올 사상 최대 적자…투자한 사업 철수 등 재무개선 정부, 한전에 성과급 반납 등 강도높은 자구책 주문
  • ▲ 한국전력 ⓒ연합뉴스
    ▲ 한국전력 ⓒ연합뉴스
    정부가 21일 발표 예정이던 한국전력의 3분기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 결정을 연기하고 곧바로 '자구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쏟아내며 경영진의 성과급 자진반납을 권고했다. 

    올해 1분기에만 7조8000억원의 적자를 낸 한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으로 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적자가 심화됐다고 항변하며 전기요금 인상의 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정부 역시 전기요금 인상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할때는 방만경영을 하다가 적자가 나자 국민들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려는 심산은 공기업의 올바른 처신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유가 급등하면 적자…유가 하락하면 흑자 

    한전이 올해 1분기에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내며 올 한해에만 30조원의 적자가 전망되는 등 위기에 처한 모습이지만, 사실 한전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전은 지난 2008년 세계경제 위기속에 두바이유가 평균 94달러로 급등하며 창사 이래 처음 2조8000억원의 적자를 내게 됐다. 이후 국제유가가 평균 60~70달러대로 안정세를 찾아가며 2009년에 는 1조7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던 중 2011년과 2012년 두바이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자 1조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냈고 두바이유가 배럴당 41달러로 최저점을 찍었던 지난 2016년에는 12조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두바이유가 다시 상승하며 2000억원, 1조3000억원의 적자를 내다가 2020년 4조1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2021년 유가 상승 등으로 다시 6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이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적자를 기록한 적은 2008년, 2011년, 2012년, 2018년, 2019년, 5개연도 뿐이다. 적자규모는 총 13조원으로 지난 2016년 한해 영업이익인 12조원과 비슷한 규모다. 

    이 때문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한전 스스로 왜 지난 5년간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이 필요하다"며 "한전이 왜 그렇게 됐느냐. 한전이 수익을 냈던 때는 없었냐"고 질타한 것이다. 

    ◇12조 흑자 때 공격투자…사업비 날리기도 

    한전이 12조원의 흑자를 내던 시기에 추후 국제유가 상승 등에 대비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했다면 지금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시 한전은 무얼하고 있었던 것일까? 

    지난 2016년 10월 한전은 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운영사업에 대한 투자계약을 체결해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며 6월에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농가에 전기를 공급하는 A·C·E Farm(에이스팜) 실증연구에 투자하기도 했다. AMI 구축사업에 2000억을 투자하고 광주에 에너지파크를 조성하는 등 여러 사업을 진행했다. 

    또 2016년에는 역대급 폭염으로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 사례가 등장하자 전기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당시 조환익 한전 사장은 전기요금 인하를 반대하며 "한 해에 6조4000억원을 투자하는 데가 어디 있느냐"라며 투자 정당성을 강조했다. 당시 한전은 언론에 보도된 '전기요금을 15만원 내다가 46만원이 나온 사례'가 전체 가구 중 0.16%에 해당한다는 해명자료만 내놨다. 

    한전이 흑자를 기록했던 2020년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에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하겠다며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심사를 받았지만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자, 예타를 받지 않아도 되는 기준인 500억원 미만으로 투자하겠다고 나서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더해 한전은 방만경영으로도 지적을 받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2020년 공개한 한전 감사내용을 살펴보면 수출용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저작권 문제가 있는 소프트웨어를 사용, 개발한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되며 사업비 27억원을 허공에 날렸다. 송배전 과정에서 연평균 1조6755억원의 전력손실이 발생하기도 하고, 소송에 승소하거나 상대방이 소를 취하했는데도, 소송비용을 회수하지 않아 3억원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이런 한전이 6조원 가량의 재무개선을 하겠다며 내놓은 대책이란 것이 부동산 매각과 해외사업 구조조정, 긴축경영 등이다. 해외사업 구조조정에는 해외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철수가 포함돼, 더욱 논란이 일면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한전에 강도높은 자구책 마련을 압박하며 전기요금 인상에 신중한 모습이다. 추 부총리는 전날 "한전이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면 상응하는 이해를 구하는 노력도 공기업으로서 당연히 해야 한다"며 "가급적 이른 시간 안에 전기요금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최종적으로 정하려고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한전은 지난 16일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3원을 인상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으며, 정부는 이번주 중으로 이를 결정해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