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무역수지 103억불 적자…역대 최대 수출둔화…6월 증가율 16개월만 한자릿수1300원대 환율·엔저 지속…수출경쟁력 저하IMF·OECD "中성장률 4.4%"… 수출비중 높아 하방리스크
  • ▲ 수출.ⓒ연합뉴스
    ▲ 수출.ⓒ연합뉴스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올 하반기 우리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공급망 차질, 고환율 등의 복합 위기로 수출기업의 고생문이 열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무역수지는 103억 달러(13조원쯤)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1997년(91억6000만달러) 이후 역대 최대 적자 규모다.

    수출(3503억 달러)이 1년전보다 15.6% 증가했지만 에너지·원자잿값 급등 여파로 수입(3606억 달러)이 26.2%나 늘어난 탓이다. 에너지 수입액은 879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400억 달러 이상 증가하며 무역적자를 견인했다.

    문제는 수출이 둔화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달 수출액은 577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4% 늘었지만 지난해 2월(9.3%) 이후 16개월 만에 한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수출 증가율은 4월 12.9%에서 5월 21.3%로 급등했다가 6월 들어 4분의1 수준으로 둔화됐다.

    기업들의 하반기 글로벌 공급망 회복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달 22∼27일 매출액 상위 1000대 제조기업 150곳을 대상으로 '제조기업의 공급망 전망과 과제'를 설문조사한 결과 올 하반기 글로벌 공급망 여건에 대해 상반기와 비슷(48.0%)하거나 악화(42.7%)할 거라는 전망이 90.7%에 달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389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3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도 79로 2분기(96)보다 17포인트(p)나 떨어졌다. BSI가 100보다 낮을수록 경기를 이전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최근 자사 고객에게 보낸 서한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이 합의한 러시아 '유가 상한제'에 대해 러시아가 보복 감산에 나설 공산이 크고 이럴 경우 국제유가가 3배 이상 폭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로는 러시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1000만 배럴 남짓으로 전 세계의 10%쯤을 차지한다. JP모건은 러시아가 하루 300만 배럴을 줄이면 현재 110달러 수준인 런던 브렌트유 가격이 190달러로 500만 배럴을 감산하면 38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러시아 재정이 의외로 탄탄해 하루 500만 배럴을 감축해도 러시아 경제는 큰 손해를 보지 않을 거라고 분석했다.

    수출 둔화 조짐에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할 에너지가격 급등 가능성마저 제기된 셈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는 것이다.
  • ▲ 고환율.ⓒ연합뉴스
    ▲ 고환율.ⓒ연합뉴스
    고환율도 수출 기업에는 부담이다. 지난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297.3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0일 장중 한때 1303.4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조정세를 거쳐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1300원대 환율이 새 기준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면 (외환) '위기 징후'로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화 강세는 수입기업의 부담을 키우고 고물가를 자극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엔저(엔화 가치 하락)도 우리 수출전선에는 악영향을 끼친다. 일본은 2016년 이후 정책금리를 -0.1%에서 계속 동결중이다. 엔저 장기화는 수출 경쟁국인 국내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낮추는 위험 요인이다. 석유화학·철강·기계·자동차 등은 엔저로 피해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산업분야다.

    중국의 성장 둔화도 한국경제의 회복에는 걸림돌이다. 애초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5% 안팎'으로 제시했다. 3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이 5%를 지키는 것도 녹록지 않을 거라고 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성장률을 4.4%로 제시했다. 올 1월 전망치(4.8%)보다 0.4%p 낮춰 잡았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주요 대도시 봉쇄, 성장 모멘텀 약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 중국 성장률을 4.4%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말 전망(5.1%)보다 0.7%p 하향 조정한 것이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1%p 떨어지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5%p 하락 압력을 받는다고 분석한 바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25.3%로 미국(14.9%)보다 10.4%p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