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매파' 목소리 커…7월도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한은 고민 깊어져…고물가 압박에 '빅스텝' 전망 확산美, 사실상 완전고용…韓 일자리증가 절반 60세이상
  • ▲ 미 연준 자이언트 스텝 예고.ⓒ연합뉴스
    ▲ 미 연준 자이언트 스텝 예고.ⓒ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이상 올리는 '빅스텝'을 밟으면 경기침체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연준이 지난달에 이어 7월에도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인상)을 밟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해 한은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문제는 고금리 충격파를 견뎌낼 만큼 우리 고용시장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8일 알려진 바로는 미연준 고위인사들이 7일(현지시각) 경기침체(Recession) 우려에도 7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매파 성향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주최한 행사에서 7월 자이언트 스텝과 9월 빅스텝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했다. 월러 이사는 "만약 물가상승률이 내려올 것 같지 않다면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해 빅스텝 이상 큰 폭의 금리인상 기조가 4분기에도 지속할 수 있다는 여지를 뒀다. 월러 이사는 "경기침체 공포는 부풀려졌다"면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억제에 더 주력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역시 매파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이날 아칸소주 리틀록 지역상공회의소 행사에 참석해 7월 자이언트 스텝 필요성을 주장했다. 불러드 총재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3.5% 수준까지 올라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 "앞으로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뒤 기자들과 만나 7월에도 0.75%p 또는 0.50%p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 ▲ 한은.ⓒ연합뉴스
    ▲ 한은.ⓒ연합뉴스
    연준 내 매파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한미 간 금리 역전을 앞둔 한국은행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급격히 금리를 올리면 가계 부담이 커지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4일 재정·통화·금융 수장 긴급 조찬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통방) 결정회의가 있어서 오늘은 아무 말씀도 못 드린다"며 "통방이 끝난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선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환율과 가계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시장에선 빅스텝 가능성을 점치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동안 스몰스텝(0.25%p 금리 인상) 전망을 고수해 온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지난 6일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0.50%p 올릴 거로 전망했다. 지난달 한은이 올해 7·8·10·11월 연이어 스몰스텝을 밟을 거라던 예측을 수정한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고물가를 이유로 들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6.0%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앞서 IB JP모건도 한은이 7월엔 빅스텝을 밟고 이후 추가로 스몰스텝을 밟아 연말 기준금리가 3.0% 수준에 도달할 거로 내다봤다. 국내 증권사들도 이달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을 점친다. KB증권은 지난 5일 낸 보고서에서 "수요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은 상황"이라며 빅스텝 전망을 제시했다.

    일각에선 한은이 빅스텝을 밟으면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빅스텝 등 국내) 금리인상이 본격화하면 이를 신호로 (경기침체가)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경기침체를 각오했는데도 인플레가 잡히지 않으면 골치"라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노인일자리.ⓒ뉴데일리DB
    ▲ 노인일자리.ⓒ뉴데일리DB
    문제는 고금리 충격파를 이겨낼 만큼 우리 노동시장이 탄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앞서 불러드 연은 총재는 경기침체 가능성과 관련해 경제성장률이 장기 평균인 2%쯤으로 둔화하겠지만, 실업률이 치솟는 등의 큰 부작용은 없을 거라며 "앞으로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불러드 총재는 지난 1분기 미 경제가 역성장(-1.6%)했는데도 국내총소득(GDI)은 플러스(+) 성장을 했다고 부연했다.

    그동안 연준이 경기 침체와 실업률 상승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금리를 가파르게 올려 인플레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해온 배경에는 완전고용에 가까운 고용시장이 있었다. 미국의 일자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240만개쯤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6월 미국의 비농업 고용자 수가 25만명 증가했을 거로 예상한다. 이는 5월 증가폭(39만명)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 실업률은 하락 추세다. 지난해 12월 4%에서 지난달 3.6%로 떨어졌다. 3~4%의 실업률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실업을 고려하면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로 간주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용시장이 탄탄하다고 말하기 곤란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성 교수는 우리 고용지표가 질적인 측면에서 미국과는 차이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의 고용지표는 여전히 단기직 위주의 증가를 보인다"며 "지난해 경기가 좋지 않았던 기저영향도 무시할 수 없어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의 노동시장이 (금리인상을 버티기에는) 더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을 보면 5월 15세이상 취업자는 2848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93만5000명(3.4%) 늘었다. 5월만 놓고 보면 2000년(103만4000명) 이후 22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실업자수는 88만9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5만9000명(-22.5%) 줄었다. 실업률도 3.0%로 1.0%p 내렸다. 5월 기준으로 2013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그러나 일자리 증가는 노인일자리(45만9000명)가 견인했다. 늘어난 일자리 2명중 1명은 60세 이상이 차지했다. 우리 경제의 허리라 할 수 있는 30·40대 비중은 4.5%에 그쳤다. 주당 1~17시간 단시간 근로자는 218만8000명에 달했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19.8%를 보였다. 1년 전보다 4.5%p 하락했지만, 여전히 5명 중 1명꼴로 실업인 상태다.
    설상가상 하반기 고용지표가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 고용이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세를 보인다. 하반기부터는 각종 고용 지원금이 중단된다.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 영세 소상공인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자 한시적으로 도입한 일자리안정자금은 6월까지만 지급됐다. 올해 지원 규모는 4286억원이다.

    다만 지난달 종료 예정이던 고용유지지원금은 오는 9월까지 3개월 추가 연장됐다. 정부가 여행 수요는 늘고 있으나 인플레이션 악화 등 변수가 적잖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 5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15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최고액으로, 두달 만에 다시 1조원을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