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형벌규정 개선TF' 출범…부처별 형벌조항 전수조사징역·벌금형 삭제 또는 과태료로 전환…先행정제재·後처벌공정경제 3법·중대재해처벌법 등 거론…민주당 반대 관건
  • ▲ 기업 발목 잡는 규제.ⓒ연합뉴스
    ▲ 기업 발목 잡는 규제.ⓒ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기업·기업인 기(氣) 살리기 차원에서 징역·벌금형의 경제 관련 형사처벌 수위를 과태료 등의 행정제재로 전환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툭하면 최고경영자(CEO)를 감옥으로 보내고야 마는 제재방식이 기업 경영활동을 저해하고 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거래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대표적인 '손질 대상'으로 꼽힌다.

    다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 형벌규정 개선 기획단(TF)' 출범 회의가 비공개로 열렸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형벌에 대한 행정제재 전환, 형량 합리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경제법령상 과도한 형벌조항이 민간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우리나라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보고 이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TF는 방기선 기재부 제1차관과 이노공 법무부 차관이 공동단장을 맡고 각 부처 차관급과 민간 법률전문가들로 구성했다.

    정부는 그동안 부처별로 법률조항을 전수조사하고 경제 6단체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경제형벌 관련 규정을 파악해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해 11월 16개 경제부처가 맡는 법률 721개 중 경제법률 301개를 분석한 결과 총 6568개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징역이나 벌금 등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을 가장 개선이 시급한 경제 법률로 꼽는다. 특히 행위자와 법인(기업)을 동시에 처벌하는 양벌규정이 전체 경제형벌의 92%를 차지하고 있어 경영 활동에 제약이 많다는 견해다.

    다만 중대재해법처럼 경영계에서 형벌 완화를 요구하는 특정 법률의 경우 처벌 수위를 낮추거나 행정제재로 전환해 경영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면 법 제정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아 논란이 예상된다.
  • ▲ 기업.ⓒ연합뉴스
    ▲ 기업.ⓒ연합뉴스
    TF는 원점에서 형벌 규정의 필요성을 검토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규정에 대해선 형량 합리화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첫 업무보고에서 "경제형벌을 행정제재로 전환하고 형량을 합리화하겠다"며 "민간 중심의 역동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규제혁신의 하나로 기업의 투자와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와 형벌 규정을 정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TF는 앞으로 부처별로 1차 검토를 벌여 개선방안을 마련하면 다음 달부터 관계부처 1급이나 국장급으로 구성하는 실무회의를 거쳐 차례로 개선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검토 기준은 △꼭 필요한 형벌인지 △행정제재 등 다른 수단으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지 △유사한 법률조항과 형평성이 맞는지 △외국사례와 견줘 과도하지 않은지 △시대변화에 맞는지 등이다.

    개선 방향은 국민의 생명이나 범죄와 무관한 단순 행정상 의무 위반에 대해선 과태료 등 행정제재로 전환하거나 아예 징역·벌금형 관련 조항을 없애는 방안을 고려한다. 기재부는 서류작성·비치 위반, 단순 행정조사 거부 등을 예로 들었다.

    형벌 규정이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도 과도한 형량은 완화하고, 먼저 행정제재에 나선 뒤 이를 따르지 않았을 때 형벌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또한 형법처럼 상해·사망 등 책임의 경중에 따라 형량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TF는 이렇게 개선안이 마련된 형벌 규정은 법률 개정작업을 서둘러 개선 효과를 빠르게 체감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고려할 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인에 대한 형벌을 줄이는 법 개정에 반대할 공산이 커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 ▲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 형벌규정 개선 TF 출범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 형벌규정 개선 TF 출범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