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자이언트 스텝' 예고… 한미 금리역전 초읽기이창용 "秋부총리·옐런 외환시장 안정방안 논의 기대"외환위기때 강만수 장관, 미국행·지인 총동원 통화스와프 체결
  • ▲ 달러.ⓒ연합뉴스
    ▲ 달러.ⓒ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으려고 사상 초유의 '빅스텝'(0.5%포인트(p) 금리 인상)을 밟았지만, 한미 간 금리 역전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경제전문가는 과거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뚝심으로 밀어붙였듯 적극적으로 통화스와프 체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3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0.50%p 올렸다. 금통위가 일반적인 '스몰스텝'(0.25%p)이 아니라 2배나 오름폭이 가파른 빅스텝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차례 연속(4·5·7월)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것도 전례가 없다. 2%대 기준금리도 7년여 만이다. 금통위가 이례적인 통화정책을 밟은 것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심각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한은은 고물가와 관련해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웃도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상승률도 5월 전망치(4.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박한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14∼15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 인상)을 밟았다. 이에 따라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정책금리) 격차는 0.00∼0.25%p로, 사실상 같아졌다. 연준이 오는 26∼27일 다시 한번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공산이 커 미국의 기준금리가 0.00∼0.25%p 높아지는 역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결제에서 인정되는 기축통화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기준금리까지 오르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 연준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 수요와 교역 둔화를 동반하면서 신흥시장의 자본 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설상가상 환율은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5.2원 내린 달러당 1306.9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환율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는 부담이다. 원화 강세는 수입기업의 부담을 키우고 고물가를 자극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면 (외환) '위기 징후'로 볼 수 있다"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보유외환 2배 확대, 현금 비중 30%로 늘리기 등이다"고 주장했다.
  • ▲ 한미 기준금리 추이.ⓒ연합뉴스
    ▲ 한미 기준금리 추이.ⓒ연합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금통위 정례회의가 끝나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언급했다. 통화스와프란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자국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차입할 수 있도록 약속하는 계약이다. 마이너스 통장처럼 급할 때마다 달러화를 빌려 쓸 수 있는 만큼 외환유동성을 확보하는 추가적 수단인 셈이다. 이 총재는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양국 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하기로 두 정상이 말씀하셨다"면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만남에서 (외환시장 안정 방안에 관한)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오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한 뒤 19~20일 방한한다. G20 회의에는 추 부총리도 참석한다. 두 장관이 잇단 회동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다.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말 종료된 상태다. 김 교수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발 금융위기 때 한은과 미 연준이 맺은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는 금융위기를 진정시키는 데 크게 한몫했다. 당시 한은은 통화스와프를 기초로 외화대출을 시행해 기업에 달러를 공급할 수 있었다"면서 "당시 강만수 기재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한미 통화스와프를 강력히 요청했다.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화스와프는 중앙은행끼리 맺는다. 이날 이 총재가 '옐런 장관 방한 때 면담하면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논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통화스와프는 재무부 업무가 아니라 연준의 역할"이라며 "(옐런 장관과 면담에서) 직접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를 맺을 때 강 장관이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한국을 도왔던 씨티그룹 고문(로버트 루빈 전 미 재무장관) 등 지인을 찾아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등 통화스와프에 사활을 걸었던 만큼 이번에도 모든 채널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대외 경제정책은 외환위기가 오지 않게 대비하는 것"이라며 "한미 관계가 복원된 만큼 지난해 12월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를 다시 체결해야 한다. 한일 관계도 과거사 문제는 미래세대에 맡기고 한일 통화스와프를 다시 맺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