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제5차 보건의료실태조사 결과 발표 인구 대비 병상수, OECD 평균의 3배… 요양병상은 9배지역별 치료 난이도 편차 커… 타 지역 환자유출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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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건복지부
    오는 2026년 병상 8만2000개가 과잉공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불필요한 의료이용이 많아지는데 지역별로 난이도가 높은 질환군 자체 충족 비율의 편차가 컸고 타 지역 환자유출 현상은 여전했다. 수도권 및 대도시와 지방의 격차를 줄이는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5차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5년 주기로 실시되며 건강보험 의료급여, 보훈급여, 자동차보험, 산재보험, 외국인환자 등의 자료를 기반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보건의료기관 수는 총 9만6742곳으로 2016년부터 5년간 연 평균 1.8%씩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6년 1428곳이었던 요양병원은 연 평균 2.6%씩 증가해 1582곳으로 늘었다. 

    전체 병상 수는 68만5636개로, 인구 1000명당 13.2개를 나타났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인 4.4개의 3배 수준이다.

    유형별로는 일반병상이 30만3천66개로 가장 많았고 요양병상(27만1999개), 정신병상(8만2595개), 재활병상(1만4316개) 등의 순이었다.

    최근 5년간 일반·정신병상은 다소 감소했으나 재활·요양병상은 증가했다. 요양병상의 경우 1천명당 5.3개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았다. OECD 평균은 0.6개로, 한국은 평균의 8.8배의 요양병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 병상 과잉공급 가속화… 지역별 불균형이 문제 

    복지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전반적으로 자원공급과 의료이용간에 높은 상관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인구당 병상 수가 많을 수록 입원환자 수가 많고, 평균 재원일수도 긴 것으로 나타났으며 결과적으로 의료자원의 공급 증가가 의료이용 증가를 유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 추세를 감안해 병상 수급을 예측한 결과, 2026년에는 최대 8만2000개 병상이 과잉공급될 것으로 전망됐다.

    일반병상의 경우 4만4000∼4만7000개가 과잉공급되고, 요양병상 역사 약 3만5000개가 과잉될 것으로 봤다.

    문제는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늘고 있지만 이들 병원이 의료 취약지보다는 이미 의료체계가 구축된 곳에 개원되면서 의료 취약지 개선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병상이 과잉공급된 상황인데도 지역간 격차가 여전하다는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지역별 불균형 해소는 국내 의료체계의 고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없는 12개 진료권… 타 지역 환자유출

    이번 조사를 통해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은 12개 진료권으로 확인됐다. 

    2020년 기준 이천(여주), 속초(고성, 양양), 제천(단양), 서산(태안), 당진, 여수, 김천, 사천(남해), 거제, 통영(고성), 충주, 광명 등 12개 진료권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의 10개 진료권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지역별로 환자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입원진료를 받은 비율을 나타내는 ‘자체충족률’은 대구가 88.7%로 가장 높았다.

    이외에도 부산 88.6%, 서울 87.7%, 대전 85.6%, 광주 84.3%, 전북 83.2%, 울산 83.1%, 제주 82.7%의 자체충족률이 80%를 넘겼다. 

    반면 세종 29.7%, 경북 59.4%, 충남 62.3%, 전남 68.0% 등은 낮은 자체충족률을 보였다.

    2020년 기준 서울 거주 입원환자의 89.5%가 서울, 6.8%가 경기에서 진료받았고, 부산 거주 입원환자의 88.5%는 부산, 5.3%는 경남에서 진료받았다.

    강원 거주 입원환자는 74.2%가 강원에서, 14.6%가 서울에서, 6.4%가 경기에서 입원진료를 받았으며, 세종 거주 입원환자는 30.9%가 세종에서, 30.2%가 대전에서, 13.1%가 서울에서 입원진료를 받았다.

    특히 치료난이도가 높은 전문진료질병군의 입원만 보면 서울의 자체충족률이 92.9%로 가장 높았고 세종이 8.4%로 가장 낮았다.

    송영조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지금까지 정부가 병상 수급·관리계획의 기본방향만 제시하고 각 시·도가 수요공급 등을 분석해 지역별 계획을 세우도록 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실태조사에 지역간 의료격차와 관련된 상세한 내용이 포함됐으며 이 내용을 여러 대책을 활용해 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