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늘 세제개편안 발표…법인세율↓·소득세 부담↓민주당 "MB표 감세 재탕" 반대…법 개정과정 험난 예고전문가 "투자 문턱 낮춰야 국가경쟁력↑…종부세 폐지해야"
  • ▲ 세금.ⓒ연합뉴스
    ▲ 세금.ⓒ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21일 법인세 인하 등을 뼈대로 하는 첫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다. 하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야당이 '재벌 감세'라며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날 세제 개편안을 통해 기업 기(氣)를 살리고 서민 세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감세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다시 내리고, 15년간 과세표준을 그대로 유지해 월급쟁이 유리지갑만 턴다는 비판이 제기된 소득세의 하위 소득구간을 조정해 저소득자 세 부담을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런 세제 완화를 위해선 시행령만으론 한계가 있어 법을 고쳐야만 한다는 점이다. 거야(巨野)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 ▲ 교섭단체 대표연설하는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연합뉴스
    ▲ 교섭단체 대표연설하는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연합뉴스
    민주당은 정부의 감세 정책에 반대 뜻을 내비쳤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결국 법인세 감세 혜택은 삼성전자 등 재벌 대기업과 4대 금융지주 등에 돌아가는 게 현실"이라며 "'부자 감세'라고 비판받았던 MB(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재탕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앞선 16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도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 "엉뚱한 처방으로, 그나마 돈을 버는 재벌과 대기업에 편향된 정책"이라며 "MB 정부 때 법인세 인하는 투자 유인효과가 없었다는 게 통계적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 의견은 다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가 낮은 수준일 때 추가적인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과거 우리나라 법인세율 수준은 세계적으로 중간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중간보다 높거나 상위에서 다소 낮은 수준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다른 나라가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내릴 때 우리는 거꾸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법인세 인하의 목적은 민주당 주장처럼) 엄청난 투자를 일으킨다는 게 아니라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법인세는 국제 조세경쟁이 가장 심하다"며 "투자는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여러가지 상황을 판단할 수밖에 없고 일반적으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법인세"라고 덧붙였다.
  • ▲ 한국과 G5 국가의 법인세 분야 경쟁력 순위 변화.ⓒ한국경제연구원
    ▲ 한국과 G5 국가의 법인세 분야 경쟁력 순위 변화.ⓒ한국경제연구원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도 "우리나라는 조세경쟁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뒤에서 3~4번째로 낮아 적극적인 투자를 막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미국 조세재단의 글로벌조세경쟁력보고서를 활용해 한국과 주요 선진국(G5)의 조세경쟁력 추이를 비교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조세경쟁력 순위는 2017년 17위에서 지난해 26위로, 문재인 정부 5년간 9계단 하락했다. 미국은 7계단(28→21위), 프랑스는 2계단(37→35위), 영국은 1계단(23→22위) 각각 올랐다. 독일은 1계단(15→16위), 일본은 5계단(19→24위) 각각 하락했다. 한국은 하락 폭이 가장 컸다. OECD 37개국 중에서도 가장 크게 떨어졌다고 한경연은 밝혔다.

    세목별로는 법인세와 소득세, 재산세 등에서 순위가 떨어졌고 소비세만 순위가 올랐다. 미국은 2018년 법인세 최소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리고 과표구간을 8단계에서 1단계로 축소했다. 프랑스는 2019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33.3%에서 27.5%로 내렸다. 기업의 활력을 높여 경기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서다. 반면 한국은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지방세 포함시 27.5%)로 올리고 과표구간도 3단계에서 4단계로 확대했다.

    이 교수는 "법인세 등 세율을 높인다고 세수가 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1월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1월호'에 따르면 2020년 1~11월 법인세는 54조1000억원이 걷혀 1년 전보다 16조4000억원 줄었다. 법인세율을 올렸지만, 경기 부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세수가 줄어든 것이다. 세율이 아니라 기업실적이 세수와 직결된다는 얘기다.

    기업을 옥죄는 방식으로는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15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2년 IMD 국가경쟁력 연감'을 보면 한국은 평가대상 63개국 중 27위로, 지난해(23위)보다 4계단 떨어졌다. 재정건전성 악화로 재정부문 순위가 크게 내려갔고 경제성과 부문, 정부·기업 효율성 부문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기업 효율성 분야의 경우 순위가 27위에서 33위로 내려갔다. 대기업의 효율성을 국제기준에 견주는 지표는 설문조사 결과 22위에서 35위로 13계단 급락했다. 생산성(-5계단)·노동시장(-5계단)·경영활동(-8계단)·행태가치(-2계단) 순위 모두 하락했다.
  • ▲ 아파트 단지.ⓒ뉴데일리DB
    ▲ 아파트 단지.ⓒ뉴데일리DB
    민주당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에도 제동을 걸 공산이 크다. 박 원내대표는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세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열 일 제쳐두고 부동산 감세에만 몰두할 때가 아니다"면서 "고물가, 고금리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면 어려운 국민이 견뎌낼 수 있게 재정의 역할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나랏돈을 풀어 국민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감세는 말이 안 된다는 논리다.

    앞선 19일에도 민주당은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가구1주택자나 소액 다주택자 보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상위 1% 넓게 잡아 상위 10%인 다주택 소유 불로소득자 확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부의 종부세 완화에 반대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세수 비중은 지나치게 높아 시장 왜곡이 많다"면서 "지난해 데이터가 나오면 종부세 비중이 OECD 1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징벌적 세제로 폐지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