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 크지 않아""스태그플레이션도 없어""취약차주 지원 국민적 공감대 중요"
  • ▲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이 지난 21일 서울 을지로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이 지난 21일 서울 을지로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국내 경제 상황이 어렵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120.04(2015년=100)로 5월보다 0.5% 상승했다. 올 1월부터 6개월 연속 상승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9% 올랐다. 

    한국은행도 국내 물가상승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지난 13일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했다. 빅스텝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2009년 4월 30일 이후 13년 2개월 만에 1,320원을 돌파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여러 대내외 악재가 있지만, 경제침체 우려가 심한 상황은 아니다"면서 "경제성장 주체인 기업의 성장을 통해 경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 사회와 산업 전반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 있을까.

    ▲ 1970년대 오일 쇼크 당시 미국과 영국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모두 확장적으로 운용한 반면, 독일은 통화정책은 긴축으로, 재정정책은 확장으로 운용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영국은 오일 쇼크 기간 동안 물가 급등세가 지속되고, 물가 안정이 늦어졌다. 반면 독일은 미국과 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가와 경기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거 경험을 고려할 때 긴축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주체들의 기대 물가를 안정시키고, 정책 신뢰도를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통화긴축의 피해가 큰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재정확대는 필요하다.

    - 물가와 금리는 상승하면서 경기는 침체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 미국·영국 등 선진국은 인플레이션 수치가 40년 만에 최고로 치솟고 국내 물가 역시 외환 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 통화긴축이 맞물려 세계적인 경기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급속한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상대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은 매우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보다 낮은 성장률과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가 경제 참여자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다. 특히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을 나타내는 Misery Index(경제고통지수: 실업률+소비자물가 상승률)를 보면, 우리나라는 20년 4.5에 비해 지난 6월 기준 8.8로 급등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 금리상승에 비해 부동산·주식·코인 등의 자산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 우려할 점은 무엇인지.

    ▲ 코로나 위기 이후 초저금리 시기 금융권 레버리지를 활용한 자산투자가 성행했다. 최근 주식이나 암호자산과 같은 자산가격 급락은 금리인상과 더불어 대출금으로 투자한 차주들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시적으로는 금리인상과 경기악화에 따른 취약차주의 부실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30대의 자산 투자를 위한 과도한 대출이 경제적·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 같다. 

    초저금리와 금융지원책 등으로 낮은 수준을 보여왔던 가계대출 연체율도 증가할 수 밖에 없고, 다중채무자의 부실 문제, 비은행 취약차주 문제가 본격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지원방안이 이러한 다중채무자 부실과 취약차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 금리 인상으로 저소득 및 저신용자 등 금융취약계층의 부실이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취약차주들을 시장원리에 따라 투자자 책임으로 치부해버린다면 추후 우리나라 경제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정책 운영 운신의 폭을 좁히게 된다. 

    우리나라 경제가 안정적 성장하고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해당 조치는 불가피하다. 당국이 고심 끝에 내놓은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120조 넘는 예산을 사용하면서 신용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어떤 기준으로 선별할지에 대해 투명하게 결정해야 한다.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 하는 노력과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공감대 형성 과정이 핵심이다. 

    - 하반기 한국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변수가 있다면.

    ▲ 대외적으로 러·우 전쟁 장기화, 연준 통화긴축 가속화, 중국 성장둔화 우려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우 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서방·러시아 갈등 양상이 원자재 가격 및 물가상승 압력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40년래 최고수준을 나타내면서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긴축 기조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가 피크 아웃 시점과 그에 따른 연준 정책 방향도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라 할 수 있다.

    - 꼭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 물가가 잡힌다면 관심은 물가에서 경기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에서 신사업 성장동력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결국 경제 성장의 주체는 기업이지 않나.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금융규제혁신회의 등 규제 완화 움직임은 경기 회복을 위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금융혁신회의에서 다룬 아젠다는 예전부터 업계에서 회자되던 주제가 많다. 지금은 말뿐이지만 실질적 규제 완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신경써주면 좋겠다.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다르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신사업에 도전하는 것이 경제에 활력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의 존재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적극적인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이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넓혀주면 좋겠다.

    정 소장은 고려대 경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 2006년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수석연구원을 역임했다. 2007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입사 이후 2019년 1월, 24대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으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