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기대인플레 4.7%…"물가·임금 상호작용 고물가 고착 우려"지난해 협약임금 3.6% 반등…노동부 "올 상반기 더 오른 듯"2020년 韓시간당 노동생산성 41.8달러…OECD 38개국중 27위
  • ▲ 2023년도 최저임금 결정.ⓒ연합뉴스
    ▲ 2023년도 최저임금 결정.ⓒ연합뉴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에 임금 인상이 가팔라지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반해 노동생산성은 여전히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27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노사가 지급하기로 합의한 협약임금 인상률 조사 결과가 다음 주 중반쯤 발표된다. 노동부는 협약임금 인상률이 지난해보다 다소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 모니터링 지표인 'e-나라지표'를 보면 지난해 협약임금 인상률은 3.6%였다.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이 16.4% 올랐던 2018년 4.2%를 기록한후 2020년 3.0%로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반등했다. 협약임금이 반등한 것은 2017년 이후 4년 만이다. 민간부문의 인상률은 3.9%로 공공부문(1.5%)보다 2.6배 포인트(p) 높았다. 노동부 설명으로는 올 상반기 임금 인상률이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6월30일 내년에 적용할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0% 오른 9620원으로 결정했다.

    설상가상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6월 소비자물가는 1년전보다 6.0% 올랐다.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동행취재단과의 간담회에서 "혹자는 9%(까지 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하는데 그렇게까진 아니고 6%대에 있긴 할 것"이라며 "특별한 기상 여건 등으로 채소류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일시적으론 7%대 이상 물가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정부의 연간 물가 상승률이 4.7%에서 5%대로 상향 조정될 공산이 크다는 견해가 적잖다.
  • ▲ 물가 인상.ⓒ뉴데일리DB
    ▲ 물가 인상.ⓒ뉴데일리DB
    문제는 임금 인상이 다시 물가 상승을 자극해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27일 한국은행은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기대인플레이션(기업·가계 등이 예상하는 향후 1년의 물가상승률 전망치)이 4.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달대비 0.8%p 상승했다. 역대 최대 오름폭이다.

    앞선 25일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은 '우리나라의 물가-임금 관계 점검' 보고서에서 "물가 오름세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하면 물가-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연도의 물가상승률은 다음 연도 임금상승률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임금 상승도 인건비 비중이 높은 개인 서비스 물가를 중심으로 1년쯤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이 최근 20년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p 오르면 임금상승률은 4분기 이후부터 0.3∼0.4%p 높아졌다.

    한은은 앞선 4월25일 발표한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 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올 하반기 이후 임금 상승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물가상승→임금상승→물가추가상승의 악순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임금 인상률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가팔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말 노사협의회와 평균 연봉 9% 인상에 합의했다. 이는 10년 내 최고 수준 인상률이다. 이에 정부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달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정보기술(IT) 기업과 대기업 중심의) 과도한 임금 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해 중소기업, 근로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며 "생산성 향상 범위 내 적정 수준으로 임금 인상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e-나라지표, OECD
    ▲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e-나라지표, OECD
    일각에선 임금 인상률은 가팔라지는 데 비해 노동생산성은 여전히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1.8달러다. 38개 회원국 중 27위에 해당한다. 2019년 40.5달러(36개 회원국 중 30위)보다 향상됐지만,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경제전문가들은 노동생산성 향상 속도보다 빠르게 임금을 올리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물가가 오르면 실질임금이 줄어들어 월급쟁이 지갑도 얇아진다. 노동부가 내놓은 5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올 4월까지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95만7000원이다. 지난해보다 6.1%(22만8000원) 늘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임금은 374만3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0%(7만3000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승률로 보면 명목임금의 3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