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현장조사 후 관련 인프라 개선책 발동 선언의료계 “현실적 수가개선부터 동기부여 등 대책 시급” 뇌동맥류 경부 클리핑 수가 240만원, 일본서는 1100만원 수준
  • ▲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서울시티타워 2층에서 서울아산병원 관련 정책 간담회를 진행했다. ⓒ보건복지부
    ▲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서울시티타워 2층에서 서울아산병원 관련 정책 간담회를 진행했다. ⓒ보건복지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뇌출혈 사망 사건으로 의료강국의 민낯이 드러났다. 규모의 확장 이면에 취약한 필수의료 부재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숙제를 남겼다. 

    최근 보건복지부 현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가 출근 이후 두통을 호소하고 원내로 입원했다. 그러나 수술을 받지 못하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고 수술을 했으나 결국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복지부는 ▲의료법 등 관련 법 위반 여부 ▲입원에서 전원까지 진료 전(全) 과정 ▲사망한 간호사의 근무환경 등을 확인했다. 그러나 법 위반이나 행정처분이 내려질 사안이 있다고 판단되지 않았다. 예상했듯 제도 정비가 1순위 과제로 선정됐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국민이 어느 지역에 있더라도 적절한 진료와 수술을 받으실 수 있도록 필수의료 인력 및 관련 인프라 확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획기적으로 경감하고 국민이 체감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최대규모의 병원에서도 대응 못 한 이유

    해당 간호사의 사례는 비외상성 뇌출혈, 뇌동맥류 파열이 주원인이다. 뇌혈관 벽이 약해져 꽈리처럼 부풀어 있다가 터지는 초급성 뇌질환이다.

    이 경우, 중재적 시술로 코일링(coiling)을 한다. 대퇴동맥을 통해서 관을 삽입하고 이 관을 통해 뇌동맥류가 있는 공간에 백금으로 된 얇은 철사를 감아 넣은 후 그 부위에 혈전이 차게 만들어서 동맥류 파열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이 시술이 실패하거나 여의찮으면 튀어나온 동맥류 자체를 묶어버리는 클리핑(clipping) 수술을 진행한다. 이때는 개두술이 전제조건이라 난이도가 높아진다. 

    이번 사고의 핵심은 원내에서 코일링은 했지만, 클리핑할 의사가 부재한 상태여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규모 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의료기관이라는 점에서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실제 아산병원에는 신경외과 의사가 25명 있는데 그 중 뇌혈관외과, 개두 수술 의사는 2명뿐이다. 1명은 해외에 나갔고 다른 1명도 지방에 있어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했다.

    왜 뇌혈관외과 영역의 의사가 부족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위험도와 중증도와 비교해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구조적 한계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혈관 수술은 턱없이 낮은 수가로 지원자도 급감해 현재 빅5병원에도 뇌혈관외과 교수는 기껏해야 2~3명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대한신경외과학회가 전국 89개 수련병원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심평원에 등록된 신경외과 의사 3025명의 5% 정도인 146명만 전국 뇌혈관 개두 수술 의사다. 

    ◆ 필수의료를 선택하지 않는 구조, 적극적 지원책 필수  

    “전체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분야, 필수과의 전문의가 부족하다.”

    이번 사고를 통해 드러난 국내 의료체계의 단면이다. 실제 신경외과는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기피과와 비교하면 전공의 모집이 수월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척추 분야로 빠지고 세부분과로 뇌혈관을 선택하는 경우는 극소수다. 그 마저도 뇌혈관외과로 와도 덜 위험한 ‘시술’ 쪽을 선호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코일링을 하는 의사는 있지만, 클리핑을 하는 의사는 극소수라는 의미다.

    결국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가 살아남지 못하는 구조의 건강보험, 수가체계에 있다고 의료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순위가 뒤바뀌어 고질적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뇌동맥류 경부 클리핑’의 경우 국내에서는 240만원의 수가가 책정됐지만 일본의 경우는 1100만원이 넘는다. 응급, 난이도, 위험도를 고려하면 극히 낮은 수가체계 형성됐음이 드러나는 지표다. 

    게다가 이번 사고는 수가 문제와 더불어 중증 진료과의 열악한 현실을 만천하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중론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뇌혈관질환 등 긴급수술을 요하는 경우 해당 과목 전문의는 1년 365일 온콜(on-call, 긴급대기)로 당직을 서야한다”며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전문의를 비롯해 지원 의료인력이 전반이 부족해 규모가 큰 병원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작정 의사수를 증원하면 늘린 만큼 미용분야 등 비급여·저위험 분야의 의사와 해당 의료기관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며 “특정과 기피현상을 없애는 제도적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획기적 처우 개선으로 기피과 지원 동기부여 ▲뇌혈관 수술 등 해당 진료수가 현실화 ▲필수 의료인력 수련비용의 국가 보장 ▲신경외과 전공의 우선 배정 등 중증 진료 분야 인력 확보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