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兆 역대급 지출구조조정… 올해 총지출 대비 6% 감축허리띠 졸라매 건전성 강화… 중앙정부 가용재원 9兆뿐전문가 "'S공포' 확산속 긴축 당연… 팬데믹 이전과 견줘야"
  • ▲ 총지출 증가율 추이(2019~2026년).ⓒ기재부
    ▲ 총지출 증가율 추이(2019~2026년).ⓒ기재부
    윤석열 정부가 예산운용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틀었지만,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씀씀이를 줄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이 올해보다 5.2%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태도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과 비교하면 14.5%나 증가한 규모다.

    경제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재정 축소가 당연하다는 견해다.

    30일 새 정부가 처음으로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원)보다 5.2%(31조3000억원) 늘어난 639조원 규모다. 정부는 건전재정 확립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태도다. 지방교부세·교육재정교부금을 뺀 중앙정부 가용재원은 1.5%(9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포함한 올해 총지출과 비교하면 6.0% 줄었다고 강조했다. 본예산안이 전년도(추경 포함)보다 줄어든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으로 총 33조원의 재정 여력을 확보했다. 분야별로 보면 산업·중소기업 관련 예산(25조7000억원)이 올해보다 18.0% 줄어 최고 감소율을 보였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코로나19 관련 한시지원 사업을 종료한 탓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25조1000억원)은 10.2%, 문화·체육·관광 예산(8조5000억원)은 6.5% 각각 감축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일단 새 정부의 재정운용 기조에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규모 증가율 감소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재정 확대는 물가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기에 국채 발행 등으로 지출을 늘리는 건 맞지 않는다"며 "다만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유지할 필요가 있으므로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을 안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도 "현재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로, 재정 확대 정책을 쓰면 안 된다"며 "서민, 중소업체는 어렵겠지만, 결국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을 잡으려면 통화량을 줄이고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를 활성화하고자 재정을 풀면 인플레를 잡기 위한 노력과 상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 지난 18일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재정준칙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사말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연합뉴스
    ▲ 지난 18일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재정준칙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사말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연합뉴스
    다만 경제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 과도하게 지출을 늘린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재정이 지나치게 팽창한 상태다. 설상가상 현 정부도 집권하자마자 2차 추경으로 39조원을 썼다"면서 "지출예산 증가율은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2020년 본예산(558조원)과 비교하면 지출액 증가율은 14.5%에 달한다. 각종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펼쳤던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운영이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성 교수도 "5%대 예산 증가율도 낮은 수준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새 재정이 급속히 팽창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재정준칙 법제화와 함께 한국전력 등 공기업과 연기금의 개선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재정지출을 줄이면 되레 경기 대응력이 떨어지고 취약계층 고통이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없잖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분야 지출 증가율이 4.1%로 총지출 증가율보다 낮다"며 "코로나19 위기가 완벽히 끝나지 않았고 자영업자 등이 여전히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산이 소극적으로 편성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