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반도체 M&A '4건' 그쳐연간 기준 평균치 미달 가능성 높아까다로워진 인수 조건에 분위기 급랭 불구 매력 높은 매물 관심 '여전'영국 출장길 오르는 이 부회장, 'ARM' 인수 등 M&A 물꼬 틀지 관심 집중
  • ▲ 기흥 반도체 생산라인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직원들
    ▲ 기흥 반도체 생산라인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직원들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에 경계 태세를 강화하는 국가들이 늘면서 시장 분위기도 얼어붙었다. 지난 10년 간 반도체 M&A 거래 금액이 최저치를 찍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렇다할 빅딜 없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복권 이후 다시 대규모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연내에 예고했던 반도체 분야 빅딜을 발표하고 추진하게 될지에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

    5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 연간 기준 반도체 분야 M&A 거래는 연평균 금액인 290억 달러(약 39조 5000억 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상반기에만 이미 4건의 딜이 성사돼 206억 달러(약 28조 원)를 기록했지만 올 하반기에 예정된 대규모 딜이 없어 연평균 수준에 미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래도 올해는 지난해보단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지난해는 연간 기준 총 227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반도체 M&A 시장이 형성되는데 그쳤는데 이는 전년도인 지난 2020년 대비 80%나 급감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는 반도체 M&A가 44억 달러(약 6조 원) 수준에 그쳐 지난 10년 중 가장 거래금액이 적은 기간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코로나19로 반도체 특수가 발생하면서 반도체 M&A 시장도 덩달아 호황을 이뤘는데 오히려 이런 상황 때문에 얼마안가 반도체를 두고 각 국간 패권전쟁이 시작됐다. 자국 반도체 기업이 외국 기업에 매각되는 '크로스보더 딜(Cross-border deal)'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었고 이 딜과 관련있는 국가들도 경쟁당국을 통해 기업결합심사를 더 꼼꼼히 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달라진 분위기 속에서 M&A에 실패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했다. 올 초 엔비디아가 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ARM을 인수하려다가 결국 포기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반도체업계에선 ARM처럼 사실상 거의 모든 반도체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을 GPU 글로벌 1위 엔비디아가 인수하는 것을 세기의 빅딜이라고 부를 정도였는데 그만큼 자국 기술 유출과 독과점 문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 거래가 무산돼 파장이 컸다.

    이후 추진하고 있던 여러 반도체 M&A에서도 중도포기가 속출했다. 반도체 웨이퍼 3위 기업인 글로벌웨이퍼스가 경쟁사인 실트로닉을 인수하려 했다가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심사 고비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작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반도체 산업 자체가 유망하고 기술 장벽이 높아 M&A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선호되는터라 매력적인 매물을 꾸준히 살피면서 M&A 가능성을 타진하는 곳들이 많다. 더구나 최근 반도체 분야 전반이 막대한 시설 투자와 함께 기술 경쟁에 속도를 높이는 분위기라 M&A를 통해 성장에 가속을 내기 위해 준비 중인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이다. 삼성은 이미 '2030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 목표를 세우고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자금력이 뒷받침되는만큼 M&A를 통해 퀀텀점프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반도체 기업 1순위로 꼽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로 반도체 분야에서 M&A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삼성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 강점을 가진 일본 NXP와 독일 인피니온 등이 인수 물망에 올랐다고 보기도 하고 엔비디아가 놓친 ARM을 인수하기 위해 묘수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삼성이 추진하는 M&A가 상당부분 진척됐다는 현황도 전달됐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박람회 'IFA 2022'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M&A 추진 현황에 대해 "미래 성장동력을 갖추기 위해 광범위하게 살펴보고 있고 많은 진척도 있었다"며 "업종과 사명을 밝히지는 못하지만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다는 점만은 알아달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되면서 지체됐던 대규모 M&A 추진에도 본격적으로 힘이 실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번 복권과 맞물려 연내에 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반도체 분야에서 역사에 남을 대규모 M&A를 조만간 발표할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 부회장이 조만간 대통령 특사를 겸해 영국을 비롯한 유럽으로 출장길에 나선다는 점도 삼성의 M&A가 임박했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영국에는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ARM의 본사가 위치해있는데 이 부회장이 여기를 방문해 M&A 추진에 쐐기를 박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이 부회장이 대통령 특사를 겸해서 유럽을 방문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일정이나 행선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참석해야 하는 나머지 재판 일정이 없는 추석 연휴를 전후해 유럽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