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파로 청약경쟁률 감소…청약통장 가입자↓9월 4.7만가구 공급…건설업계 "분양 더 이상 못미뤄"미분양 급증 우려…전문가들 "청약 양극화 심화 전망"
  • ▲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연합뉴스
    ▲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연합뉴스
    한때 과열 양상을 보였던 아파트 청약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금리인상과 대출규제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수요가 한풀 꺾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9월부터 건설사들이 미뤄왔던 분양물량을 쏟아내면서 미분양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청약시장에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전반적인 청약 수요가 줄면서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은 지역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에선 청약 미달, 미분양 등이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R114의 조사결과 따르면 올해(1~8월)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0.41대 1로 지난해 19.79대 1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1순위 경쟁률도 19.32대 1에서 10.06대 1로 떨어졌다.

    지난해 과열 양상을 보였던 서울과 수도권 청약경쟁률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의 청약경쟁률은 지난해 164.13대 1로 세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29.84대 1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기는 28.65대 1에서 8.58대 1, 인천은 20.26대 1에서 19.48대 1로 떨어졌다.

    청약의 인기가 하락하면서 청약 미달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첫 분양이었던 서울 강북구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는 295가구 분양에서 1순위를 마감했지만 계약 포기자가 나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같은 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도 계약 포기자가 나오면서 '최대 15% 할인'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인천 중구 영종지구 '제일풍경채 영종국제도시'는 9일~10일 일반분양 1212가구를 모집했지만 청약자가 408명에 불과했다. 또 인천 동구 '두산위브 더센트럴'도 1순위 청약에서 487가구중 266가구가 미달됐다. 

    시장에서는 청약시장의 한파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전체 가입자는 2701만9253명으로, 전달보다 1만2658명 줄었다. 2009년 주택청약종합저축 출시 이후 전국 단위로 월별 가입자 수가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지역 가입자수는 지난 5월 625만5424명, 6월 625만1306명, 7월 624만4035명으로 2개월 연속 줄었다. 같은 기간 5대 광역시 가입자 수도 531만1330명, 530만9908명, 530만5175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청약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규제 등으로 미뤄졌던 분양물량이 9월부터 대거 풀릴 것으로 예상돼 건설사들의 미분양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직방의 조사결과 9월에는 총 71개 단지, 4만7105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총 1만7120가구(57%) 증가한 물량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청약·분양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어 분양을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나 돼야 완판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통계결과 지난 7월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3만1284가구로 전월대비 12.1%(3374가구)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4528가구로 지난해 말 1509가구에서 3배 증가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7388가구로 한달 새  3.6% 증가했다.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은 1017가구로 전월 대비 21.5%, 지방은 6371가구로 1.2% 늘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청약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역에 따라 청약시장이 양극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예컨대 대구나 대전, 세종 등은 청약시장이 침체될 가능성이 높지만 서울과 수도권은 분양가 통제가 지속되는 한 인기 없는 몇몇 단지를 제외하고는 경쟁이 계속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청약시장도 주택 거래시장처럼 경쟁률 저하, 미분양, 무순위 증가 등 관련 지표가 악화되는 상황"이라며 "최근 10개 분양 사업장 중 2개는 청약 완판에 실패하고 있는 만큼 뜨거웠던 청약 열기가 빠르게 냉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