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휴대폰 사업 철수 후 6G 통신기술 R&D 투자 이어져휴대폰 제조사 등 8900억 통신 특허 수익 올려...본격적 특허사업 시작2029년 상용화 멀었지만...로봇·자율주행·IoT·전장 등 신사업에 '필수'
  • ▲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프라운호퍼 하인리히-헤르츠 연구소에서 LG전자 CTO 김병훈 부사장(사진 우측끝)이 현지 관계자와 6G 기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LG전자
    ▲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프라운호퍼 하인리히-헤르츠 연구소에서 LG전자 CTO 김병훈 부사장(사진 우측끝)이 현지 관계자와 6G 기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LG전자
    LG전자가 지난해 휴대폰 사업을 철수한 이후에도 통신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R&D)과 투자에 한창이다. 아직 상용화까지 앞으로 7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6G' 이동통신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데 특히 주력하고 있다.

    휴대폰 단말기 사업으론 성공하지 못했지만 통신 관련 특허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LG의 야심이 엿보인다. 올 들어서만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 2곳에서만 특허수익을 8900억 원 올리며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통신기술 분야에서 고급 특허를 확보하기 위한 LG의 행보는 더 거침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4월 휴대폰 사업을 접은 이후에도 6G 이동통신 기술과 관련 특허를 확보하는 작업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연구하던 6G 테라헤르츠(THz) 대역에서 실외 320미터(m) 무선 데이터 송수신에 성공하며 도심 지역 전반에서 6G 테라헤르츠 통신을 상용화하는데 큰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반 도심에서 사용하는 기지국의 셀 커버리지가 250m 수준인데 이를 커버하고도 남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6G 기술 개발에 걸림돌 중 하나였던 짧은 주파수 도달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LG전자가 이번에 송수신에 성공한 테라헤르츠 기술은 초당 최대 1 테라비트(Tbps)의 초고속 데이터 전송 속도를 자랑한다. 이정도 데이터 속도를 내기 위한 핵심 기술에 필요한게 '전력 증폭기'와 '수신기 소자'인데 LG전자는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세계 최고 수준의 출력 신호를 갖춘 전력 증폭기와 노이즈 발생을 최소화하는 '저잡음 수신 신호 증폭기'를 개발해 향후 6G 상용화가 보다 용이하도록 했다.

    LG전자는 이미 1년 전부터 실외 100m 거리를 대상으로 6G 무선 송수신에 성공하며 6G 분야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렇게 그동안의 연구 성과가 속속 나타나면서 오는 23일에는 LG사이언스파크에서 '6G 그랜드 서밋(Grand Summit)'이라는 행사를 열어 이번 테라헤르츠 기술 개발 성과를 포함해 그간 6G 분야에서 이룬 것들을 공식적으로 발표에 나선다. LG와 함께 R&D에 나서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가 공동 개최한다.
  • ▲ LG전자의 마지막 플래그십폰 'LG 윙' 제품 이미지 ⓒLG전자
    ▲ LG전자의 마지막 플래그십폰 'LG 윙' 제품 이미지 ⓒLG전자
    LG전자가 본격적으로 6G 개발 행보에 나선데는 앞서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휴대폰 사업을 매각하는 대신 철수하는 방향을 공식화하고 단말기 생산이나 판매에선 손을 떼지만 그동안 휴대폰 사업을 이어오며 축적한 기술과 특허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이후 올 3월에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특허 등 지적재산권 라이선스업'을 신규 사업분야로 추가하기도 했다.

    새롭게 시작한 특허사업에서 곧바로 성과도 보게 됐다. 지난 1분기 LG전자가 휴대폰 제조사 2개사에서 특허수익 8900억 원을 올려 시장에서도 예견하지 못한 깜짝 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해당 특허수익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약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LG와 장기 특허사용 계약을 맺고 이에 대한 사용료 및 계약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괄 지급한 것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린다.

    이렇게 모바일 시장에서 LG전자가 보유한 특허가 빛을 발하게 되면서 존재감도 미미하고 매해 적자를 기록하던 단말기 제조사업 대신 모바일과 통신 관련 핵심 기술과 특허만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시장 최대 사업자를 이미 고객으로 유치한 만큼 나머지 사업자들도 필요한 특허를 사용하기 위해 LG와 협상에 나서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지난 1분기에 발생한 특허수익만큼 큰 규모 계약은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렇게 통신기술 특허로 당장 수익화도 가능하지만 LG전자를 비롯해 LG그룹이 미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6G 기술 개발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6G 상용화 예상 시점이 오는 2029년으로 7년이나 남았는데도 기술 연구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는데는 LG전자가 미래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로봇,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전장 등의 분야에서 통신 기술이 기반이 된다는 이유가 크다.

    LG전자는 글로벌 6G 기술 개발에도 선봉에 선다. 지난해 6월 미국통신산업협회(ATIS) 주관 '넥스트 G 얼라이언스(Next G Alliance)'의 의장사로 선정되며 향후 6G 관련된 선행 기술 논의와 서비스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