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철근가격 고공행진공사비 증가-부동산 불확실성에 경쟁도 저조금융당국, 부동산 PF리스크 관리 등 주시
  •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220904 ⓒ연합뉴스
    ▲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220904 ⓒ연합뉴스
    올해부터 본격화된 원자잿값 급등에 금리 상승 기조가 겹치면서 부동산시장의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특히 주요 건설 자재값이 급등하면서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오르자 건설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1일부터 시멘트 가격이 15%가량 인상했다. 시멘트업계는 지난해 7월 시멘트 가격을 t당 7만5000원에서 7만8800원으로 5.1% 인상했고, 올해 초에도 15%가량 올렸다. 한 차례 추가 인상되면서 시멘트 가격은 t당 10만원을 넘어섰다.

    시멘트업계는 주요 원자재인 유연탄 가격 급등, 전력비, 물류비, 환경부담금,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영악화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만 24% 오른 화물 운임과 전력요금 인상, 금리 인상, 환율 급등 등 악재가 겹쳐 내부적으로 손실을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철근가격도 무섭게 오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철근 가격은 2020년 t당 68만원에서 올해 6월 117만원까지 72% 올랐다. 철근 가격은 통상 t당 70만~80만원 사이를 오갔지만, 지난해 원자재 수급 대란과 중국의 철강재 수출제한조치로 인한 수급 불안을 겪으며 철근값은 지난해부터 치솟고 있다.

    건자재값 급등 여파로 공사비 역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건자재값은 전체 공사비의 30%를 차지한다. 자재 가격이 오르면 공사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6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남 재건축사업이 3.3㎡당 875만원으로 책정된 데 이어 지난달 서울 동대문구 용두1-6구역 재개발사업은 3.3㎡당 922만원이 책정됐다. 지난해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공사비는 3.3㎡당 578만원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이처럼 공사비 부담이 커지자 주택 착공 물량도 급감한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올 들어 7월까지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22만308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1만937가구보다 28.3% 줄었다.

    특히 건자재값 상승에 따른 부담은 중견·중소건설사 현장에서는 더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중견사의 경우 원자재 비용 부담을 해소할 방법이 제한적이고, 공사 한 건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소 높아 선택할 수 있는 수가 많지 않다. 중소사도 급등한 건자재를 그대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 차질까지 빚고 있는 모습이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건자재 가격 급등과 수급 불안 여파가 고스란히 업계로 확산하고 있어 건설사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며 "대형사는 그나마 확보해 둔 재고를 통해 버틸 수 있지만, 중견·중소사들 경우 건자재값 상승 부담을 그대로 직면해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올해 상반기 시공사를 정한 전국 120여개 재건축·재개발, 리모델링 사업장 중 시공사 입찰 때 건설사가 두 곳 이상 참여한 곳은 10곳 중 1곳 수준이었고 나머지는 1개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해 수의 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모양새다.

    이 관계자는 "건설사들 입장에서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다 보니 사업지 선별에 신중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공사비 급증으로 인해 강남 재건축 공사조차 건설사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개포 한신'은 조합 측이 3.3㎡당 600만원 넘는 공사비를 제시했지만,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한 곳밖에 없었다. 경기 성남시의 대표적 재개발사업인 '신흥1구역'과 '수진1구역' 역시 공사비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되자 단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미 시공 계약을 맺은 현장에서도 공사비 때문에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최대 재건축 아파트인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은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증액 갈등 등으로 4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대전 '용두동 2구역' 등도 공사비를 확정하지 못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이번 '둔촌 주공' 사태를 겪으면서 원자잿값 급등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이윤이 감소하거나 손해 보는 공사를 할 바에야 아예 공사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공사비 단가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분양물량도 급감했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올 들어 8월까지 수도권 일반분양 물량은 6만72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1975가구보다 16% 감소했다. 또 향후 분양가 상승으로까지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주택시장의 돈줄도 끊기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에서 인수금융을 줄이라고 지침이 내려와 실제 부동산 PF를 줄이고 있는 것은 맞다"며 "상황이 이러다 보니 중소건설사들 같은 경우 문제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의 요인이 맞물리면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건설사 회사채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갚기 위해 또 다른 채권을 발행하는 차환 대신 현금 상환을 선택하는 건설사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건설사 신용도가 흔들리면 '돈맥경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 발행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 비싼 비용을 내고 돈을 빌려야 한다는 의미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들은 가뜩이나 안 좋은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하니 경색이 오고 있다"며 "아무리 대형사라고 하더라도 금융당국에서 옥죄게 되면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