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 大변신…사업진행 빠르고 절차 간소강남지역 조합들 추진…인프라부족·슬럼화 위험
  • ▲ 서울의 빌라단지 전경.ⓒ연합뉴스
    ▲ 서울의 빌라단지 전경.ⓒ연합뉴스
    낮은 수익성으로 소외받았던 가로주택정비사업, 이른바 '미니 재건축'이 최근들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일반 재건축에 비해 사업절차가 간단하고 진행도 빨라 시공사와 조합의 니즈가 맞아 떨어지면서 대형건설사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만큼 도로나 주차 등 인프라 부족과 난개발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위권내 대형건설사들이 잇따라 가로주택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도급액 1623억원 규모의 부산 초량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부산시 동구 일대 지하 5층~지상 최고 29층, 5개동, 총 416가구 규모의 아파트 및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이 회사는 작년말부터 재건축·재개발정비사업외 리모델링, 소규모재건축,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인천에서 리모델링사업, 지난 8월에는 서울 한강변 소규모재건축을 각각 첫 수주한 바 있다.

    현대건설은 서초구 방배삼호아파트12·13동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에 성공하며 올해 정비사업 수주금액 7조원을 돌파했다.

    이 사업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757-3번지 일대에 지하 4층∼지상 35층 1개동 120가구를 신축하는 것으로 공사금액은 약 1210억원이다. 

    현대건설은 규모가 작은 미니재건축임에도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제안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낡고 오래된 건물이 밀집한 소규모 지역을 새롭게 정비하는 사업으로 도로로 둘러싸인 면적 1만㎡ 이하의 가로구역중 노후·불량건축물의 수가 전체 건축물의 3분의2 이상이고 해당 구역에 있는 주택의 수가 20세대 이상이면 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규모가 큰 재건축, 재개발에 밀려 대형사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대신 지역사와 중소·중견사들의 쏠쏠한 수입원이 됐다"며 "하지만 정부의 재건축 규제와 경기불황, 해외수주 감소 등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자 그 대안으로 앞다퉈 뛰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지방의 소규모 사업장까지 진출하면서 규모가 작은 건설사들은 정비사업시장에서 더이상 발을 붙일 곳이 없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강남권에서도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중인 조합이 늘면서 건설사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95가구의 소규모단지인 서초구 방배대우아파트가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조합설립을 준비중이며 강남구 삼성동 98 일대도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가로주택사업을 추진중인 조합의 한 관계자는 "강남권에서만 30여개 단지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당사업의 경우 소요 기간이 2~3년으로 기존 정비사업의 10년보다 훨씬 짧고 제반 절차가 훨씬 간소해 조합 입장에서는 장점이 많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프라 부족과 난개발 등 문제점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경우 이미 과밀된 지역인데 도로나 주차장, 공원, 학교 등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은 채 용적률만 높여 아파트가 들어서면 지역의 슬럼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로 등 기반시설과 주차장 등 공공이용 시설을 의무적으로 조성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본 인프라 조성 등을 강제하는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