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안내견학교 설립… '초일류 삼성' 첫 걸음진정한 복지 사회 위해 장애 가진 사람 배려 강조"장애, 같은 사회 일원으로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 따뜻한 마음 필요"
  • ▲ 故 이건희 삼성 회장ⓒ삼성전자
    ▲ 故 이건희 삼성 회장ⓒ삼성전자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내년 30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故(고) 이건희 회장이 일군 사회공헌활동도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언을 기념해 시각장애인 안내견학교를 설립함으로서 '초일류 삼성'을 향한 변화의 첫 걸음을 사회공헌으로 시작했다.

    이 회장은 '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같은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삼성은 1993년 체계적인 안내견 양성기관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설립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1994년 안내견 '바다'를 분양한 이래 매년 12~15마리의 안내견을 양성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이건희 회장은 '동물을 통한 사회공헌' 노력을 인정받아 2002년 세계안내견협회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안내견학교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교육하고, 시각장애인 파트너가 안내견을 스스로 관리하고 훌륭한 반려견 보호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내견학교에서는 약 한 달 가량의 안내견 파트너 교육과정이 진행되며, 24시간 일대일 케어를 통해 교육을 진행한다. 첫 2주는 안내견 학교에 입소해 교육을 진행하고, 나머지 2주는 시각장애인의 거주지 근처에 숙소를 마련해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모든 생활을 같이 하면서 교육을 진행하게 된다.

    삼성은 안내견 분양 교육이 완료된 이후에도 소속 훈련사들을 통해 안내견이 은퇴할 때까지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하고, 무엇보다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이 서로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 번 맺은 인연이 수십 년간 지속되기 때문에 학생 시기 처음 안내견 파트너가 된 인연이 졸업 후 직장을 다니며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는데까지 안내견이 함께 함. 파트너의 인생 전반에 안내견학교가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안내견 한 마리를 위해서는 훈련기간 2년과 안내견 활동 기간인 7~8년을 더해 꼬박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안내견 사업 정착에 있어서 법과 제도는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으로 지난 29년 간 국회와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의 도움으로 현재와 같은 체계를 갖추게 됐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사업 초창기부터 우리나라에 없던 장애인 보조견 조항 신설에 적극 나섰으며, 수 차례 개정을 통해 법률적 체계를 갖추는데 큰 역할을 했다. 농림부 동물검역본부 역시 2015년 엄격한 검역기조에도 불구하고 활동안내견의 검역을 간소화는 규정을 신설해 도움을 줬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개의 경우 수 주의 시간이 걸리는 광견병 항체 검사를 유지하면서도 안내견은 해당 조항에 예외를 신설해 안내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안내견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법률적 보완을 위한 법안 제출을 진행해 왔으며, 최근에도 정부 및 지자체의 안내견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안내견 거부 사례 개선을 위한 법안 제출이 이어졌다.

    이 외에도 선진 안내견 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도움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2017년 자연공원법 개정을 통해 국립공원 안내견 출입 문제를 해결했다. 이전까지는 공원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를 포함한 동물을 제한하는 '자연공원법'으로 인해 안내견 동반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관련법이 개정됨에 따라 안내견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 보조견의 원활한 출입이 보장되기 시작했다. 철도법에서도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여행하는 경우 안내견 좌석을 무임으로 제공을 보장하고 있다. 또 국내 주요 항공사를 중심으로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경우 보조견 좌석을 무임 제공하고 기내 탑승이 가능하도록 내규를 바꿨다.

    사회 곳곳의 숨은 조력자들의 노력도 있었다. 강아지와 1년간 함께 생활하는 퍼피워킹 자원봉사 가정은 쉽지 않은 환경에서 강아지를 양육하고 있다. 자원봉사 가족들은 퍼피워킹을 하면서 출입을 거부당하거나, 때로는 험한 소리에 상처를 받으면서 오로지 선한 목적을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일명 '사회화' 과정이라 부르는 기간 동안 예비 안내견은 지하철, 버스, 마트와 같은 장소에서 노인과 어린이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일상 속 상황을 경험하고 사람과 사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은퇴견 입양 가정은 엄마견·아빠견을 돌보는 번식견 가정과 더불어 누계로 각각 600여 가정과 200여 가정까지 늘었다. 퍼피워킹 가정, 은퇴견 입양 가정, 번식견 가정을 모두 합치면 1800여 가정에 이르고 있다.

    안내견학교의 견사에서 근무한 자원봉사자도 현재까지 총 300여명에 달함. 이들은 주 1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해야 한다는 엄격한 자원봉사자 자격규정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활동해 오며 안내견 양성 과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회사 측은 "안내견 양성 과정 중 훈련사가 진행하는 전문 안내견 훈련을 제외한 나머지 과정, 퍼피워킹과 은퇴견 홈케어, 번식견 홈케어는 순수 자원봉사자들의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며 "자원봉사자이자 때로는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한 이들의 헌신을 통해 30년에 가까운 안내견학교의 역사가 지속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