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한총리와 회담… "한국 우려 잘 안다" 긍정적 메시지조태용 주미대사 "한미 정상, 전기차 진지한 협력 의지 확인"美정치권도 '현대·기아차 역차별 말라' 촉구…정의선 회장 또 미국행
  • ▲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조문사절단 단장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27일 일본 도쿄 오쿠라 호텔에서 역시 국장 참석차 일본을 찾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조문사절단 단장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27일 일본 도쿄 오쿠라 호텔에서 역시 국장 참석차 일본을 찾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보조금 지원에 있어 불이익이 우려되는 한국 전기차업계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국장(國葬)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27일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 "한국 전기차가 미국 내에서 생산을 시작하기 전까지 과도기간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한국 측과 긴밀한 협의 하에 지속해서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현지 브리핑에서 밝혔다.

    카멀라 부통령은 한 총리가 IRA의 차별적 요소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자 "한국 측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이렇게 답했다고  조 차관은 덧붙였다.

    이날 회담에서 카멀라 부통령이 IRA 개정과 관련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자 한 총리는 "지난주 뉴욕 유엔 총회에서 한미 정상이 확인한 바와 같이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적절한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양국 간 협의를 지속해 나가자"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멀라 부통령은 오는 29일 방한을 앞두고 있다. 미 부통령으로선 4년7개월 만이다. 이번 방한에서 IRA 등 양국 간 경제 현안에 대해 추가적인 협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26일(현지시각) 조태용 주미한국대사도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유엔 총회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차례 만나 한미 간 핵심 현안에 대해 대화를 했다"며 "IRA와 관련한 우리 업계의 우려를 논의하고, 진지한 협력 의지를 확인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미국 측도 백악관 자료와 국가안보회의(NSC)를 통해 (정상 간) 논의 내용을 확인했고, 저도 NSC와 연락하며 대화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조 대사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 상황을 봤을 때 어려움이 있지만, 내·외국산 차별 금지라는 국제적 원칙과 IRA 집행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여러 논리와 대안을 제시하면서 해결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최근 해외순방을 마치고 "IRA 문제에 대해서 우리 입장을 바이든 대통령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우리 기업에만 별도의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의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미 양국 간 IRA 문제점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이뤄졌다는 의미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 ▲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뉴데일리DB
    ▲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뉴데일리DB
    미국 정치권에서도 현대자동차에 대한 역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라파엘 워녹 미국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은 지난 23일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IRA 시행에 '최대한의 융통성(maximum flexibility)'을 발휘해 달라고 촉구했다.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면 현대차를 비롯한 일부 업체가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워녹 의원은 "현지 자동차 제조업체와 소비자가 법에 따라 전기차 세제 혜택을 완전히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현대차와 조지아 자동차 제조업체의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연산 30만대의 대규모 전기차 전용공장을 오는 2024년 하반기까지 조기 완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선 IRA 시행으로 완공시점까지는 전기차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될 공산이 크다.

    현재까지 미국 에너지부에 공개된 북미에서 조립된 차종 목록에는 현대차·기아차의 모델은 1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17일 이후 해당 목록에 없는 차량을 구매한 미국 소비자는 최대 1000만원쯤의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현대차·기아차의 전기차 전략에도 제동이 불가피하다. 이에 국내에서도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현대차·기아차가 미국시장에 수출한 IRA 대상 전기차(EV+FCEV+PHEV)는 지난해 2만9837대에서 올해 상반기 4만1287대로 38.3% 급증했다. 같은 기간 총 대미 수출 차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3.8%에서 10%로 크게 늘었다.

    상반기 미국의 현대차·기아차 소비자들이 받은 세제혜택 수혜액은 모두 3억1647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화로 4114억원에 달한다.

    구 의원은 "IRA 시행은 명백히 WTO협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되는 사항"이라며 "산업통상부가 양국 간 상호 호혜적 관점에서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잇따른 미국 출장도 급박한 현지 상황과 무관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1일 미국 LA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3일 미국에서 귀국한 지 3주 만에 다시 미국을 향한 것이다. 정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LA에 있는 현대차 판매법인 등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