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9월 소비자물가 5.6%↑…유가하락에 두달째 둔화 외식물가 9.0%↑, 30년만 최고치…배추95.0%↑·무91.0%↑10월 정점론 탄력받나…근원물가 5개월 연속 4%대 상승률상승세 둔화에도 한미 금리역전에 이달 기준금리 인상 불가피
  • ▲ 배추 장보기.ⓒ연합뉴스
    ▲ 배추 장보기.ⓒ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6% 상승했다. 2개월 연속 상승세가 꺾였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확산으로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진게 컸다. 다만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과 외식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정부의 '10월 정점론'이 힘을 받는 분위기지만 변수도 적잖다. 산유국들이 유가하락을 방어하려고 대규모 감산을 추진하는데다 이달부터 전기료 등 공공요금도 오른다. 고환율도 부담스럽다.

    물가는 둔화세를 보이지만 기준금리는 이달에도 적잖은 폭으로 오를 것으로 보여 서민 삶은 팍팍해질 전망이다.

    5일 통계청이 내놓은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2020년=100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5.6% 올랐다. 전달보다는 0.3% 상승했다. 다만 오름폭은 전달보다 0.1%포인트(p) 떨어졌다. 2개월 연속 5%대 상승률로 오름세가 둔화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3.2%) 이후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이어오다 올해 3월에 4%대로 진입했고 6월부터는 2개월 연속 6%대를 기록하다 8월 들어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률이 전달보다 낮아졌다.

    1년전보다 공업제품, 서비스, 농·축·수산물, 전기·수도·가스가 모두 올랐다. 전달과 비교하면 전기·가스·수도, 농·축·수산물은 올랐으나 공업제품, 서비스는 하락했다.

    물가상승률을 견인했던 석유류는 16.6% 올랐다. 휘발유(5.2%), 경유(28.4%), 등유(71.4%)가 모두 뛰었다. 전달과 비교하면 2.7% 떨어졌다. 석유류 상승률은 금리인상 등으로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지난 6월(39.6%) 정점을 찍은 뒤 7월(35.1%)과 8월(19.7%)에 이어 3개월 연속으로 전달보다 상승폭이 둔화했다.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유류세 인하폭을 기존 30%에서 37%로 확대한 것도 효과를 냈다.

    석유류 가격이 오르면서 공업제품도 덩달아 6.7% 상승했다. 등락률 기여도를 보면 공업제품은 2.32%p로 9월 상승률의 41.6%를 차지했다. 오름폭은 7월(8.9%), 8월(7.0%)에 이어 둔화세다. 빵을 비롯한 가공식품 가격은 8.7% 올랐다.

    전기·수도·가스도 14.6% 뛰었다. 전기료 15.3%, 도시가스료 18.4%가 각각 올랐다. 전기·가스료는 이달부터 추가로 오른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30일 연료비 인상 등을 반영해 4분기 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2.5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발표된 올해 기준연료비(전력량 요금) 잔여 인상분 4.9원까지 더하면 한꺼번에 7.4원이 오를 예정이다. 4인 가구 기준 월 2270원이 인상되는 셈이다. 주택·일반용 도시가스 요금도 이달부터 메가줄(MJ)당 2.7원 오른다.
  • ▲ 전기계량기.ⓒ뉴데일리DB
    ▲ 전기계량기.ⓒ뉴데일리DB
    밥상물가와 밀접한 농·축·수산물은 지난달 6.2% 올랐다. 전달(7.0%)보다 상승률이 낮았지만 사료비와 물류비가 오른 탓에 수입쇠고기(12.7%), 돼지고기(4.1%), 배추(95.0%), 무(91.0%), 풋고추(47.3%) 등이 상승했다. 채소류(22.1%) 가격이 급등했다. 채소류가 뛰면서 농산물은 전달보다 8.7%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불볕더위와 장마로 생육이 좋지 않아 공급량이 달리면서 4월(1.9%) 반등한 뒤 5월 4.2%, 6월 4.8%, 7월 7.1%, 8월 7.0% 등으로 다시 상승세를 보였으나 2개월 연속 오름폭이 둔화하는 모습이다. 김장철을 앞두고 정부는 이달부터 준고랭지 2기작 배추가 출하되면 배추 도매가격이 평년 수준까지 내릴 거로 전망한다.

    서비스부문은 4.2% 상승률을 보였다. 공공서비스(0.7%)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국제항공료(18.0%)가 크게 뛰었다. 외래진료비(2.3%)도 올랐다. 반면 유치원 납입금(-19.1%)과 부동산 중개수수료(-7.7%)는 내렸다.

    6.4% 오른 개인서비스는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보험서비스료(14.9%)와 생선회(외식·9.6%), 치킨(10.7%), 공동주택관리비(5.4%)가 올랐다. 반면 병원검사료(-19.6%), 가전제품 렌털비(-1.3%), 자동차보험료(-1.3%)는 내렸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는 9.0% 올랐다. 1992년 7월(9.0%) 이후 30년2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7월(2.5%)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집세(1.8%)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전세(2.5%)와 월세(0.9%) 모두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밀어붙인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과 맞물려 전세는 지지난해 5월 이후 29개월 연속, 월세는 28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전세는 오름폭이 3개월 연속 소폭 둔화했고 월세는 2개월째 제자리걸음 했다.
  • ▲ 월별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 동향.ⓒ통계청
    ▲ 월별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 동향.ⓒ통계청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6.8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했다. 5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보였다. 상승폭도 전달(4.4%)보다 소폭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5.71로, 지난해보다 4.1% 올랐다. 2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11.01로, 1년 전보다 6.5% 상승했다. 식품(8.6%)과 식품 이외(5.1%) 모두 올랐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5.8%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2.8% 올랐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4.1%)와 신선과실(7.5%), 신선채소(22.2%) 모두 상승했다.
  • ▲ OPEC.ⓒ연합뉴스
    ▲ OPEC.ⓒ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2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정부의 10월 물가 정점론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6일과 27일 연이어 "물가 정점을 10월로 예상한다"면서 "다만 원화 절하로 내려가는 속도는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불안요인도 만만찮다. 내림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꿈틀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5일(이하 현지시각) 월례 회의를 열고 다음 달 하루 원유 생산량을 결정한다. 석유 수요가 줄면서 가격 방어를 위해 최소 100만~200만 배럴 감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는 이달 감산량(10만 배럴)의 10배 이상에 해당한다. 이를 반영해 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89달러(3.46%) 오른 배럴당 86.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 연속 상승했다. 이틀간 7.03달러(8.84%) 상승했다. 이는 지난 4월13일 이후 최대다.

    고환율도 변수다. 일각에선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겨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

    전기·가스료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르면서 서민 체감 물가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공공요금 인상이 민간부문 물가 상승률을 자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 미 연준.ⓒ연합뉴스
    ▲ 미 연준.ⓒ연합뉴스
    소비자물가 둔화에도 이달 한은 기준금리는 또다시 오를 예정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bp(0.75%p, 1bp=0.01%p) 올렸다. 이날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에 따르면 연말 금리는 4.40%로 예상됐다. 이는 올해 2차례 더 남은 회의에서 사실상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 인상)을 밟아 기준금리를 1.25%p 추가로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한은은 오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미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해 0.75%p 차이로 벌어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관건은 인상폭이다. 지난달 22일 이 총재는 비상경제거시경제금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0.25%p 인상에 대한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는 연준의 연말 기준금리가 4%대에서 안정된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며 "전제조건의 변화가 국내 물가, 성장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금리 인상폭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빅스텝(0.50%p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놓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