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아파트 증가-리모델링 수요 뚜렷40조 규모 성장 가능성에 업계, 전담조직 등 채비현대엔지-한화건설-SK에코 등 마수걸이 수주 잇달아
  • ▲ 경기 분당신도시 한솔마을5단지. 220826 ⓒ연합뉴스
    ▲ 경기 분당신도시 한솔마을5단지. 220826 ⓒ연합뉴스
    올 하반기 건설사들의 리모델링 수주 열기가 뜨겁다. 그간 컨소시엄 형태로 리모델링에 참여했던 곳들까지 단독으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기존 노후단지들에 더해 1기신도시도 리모델링에 가세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그간 리모델링은 재건축 규제를 피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여겨졌지만 이젠 별도의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이다. 특히 준공 30년이 채 되지 않은 1기신도시에서는 리모델링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 청구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최근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 단지는 1998년에 준공돼 올해 24년을 맞았다. 포스코건설은 기존 2개동, 347가구의 아파트를 3개동, 376가구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앞서 송파구 문정현대아파트는 지난달 쌍용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1991년에 입주한 아파트로 기존 지하 1층~지상 10층, 1개동, 120가구 규모에서 지하 3층~지상 20층, 1개동, 138가구 규모로 리모델링 된다.

    국내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포스코건설과 쌍용건설이 주축을 이뤘다. 쌍용건설은 2000년에 업계 최초로 리모델링 전담팀을 출범시켰으며 포스코건설은 2014년 전담부서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올 들어서는 1기신도시 수주추진반까지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포스코건설이 29개 단지의 수주실적을 쌓으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업을 담당했고 쌍용건설이 17개 단지로 뒤를 이었다.

    최근에는 컨소로만 리모델링에 참여하던 건설사들이 하나둘 단독으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시장에 변화가 일었다. 올들어 현대엔지니어링, 한화건설, SK에코플랜트 등이 리모델링 첫 단독 수주에 성공했다. 앞서 3사는 전담조직 구성 등으로 리모델링 사업 강화에 공을 들였다.

    지난달 현대엔지니어링은 경기 용인시 수지 삼성1차아파트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됐다. 공사 규모는 약 3027억원이다. 기존 지하 1층~지상 18층, 6개동, 576가구의 단지를 지하 2층~지상 25층, 662가구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도시정비영업실 산하에 있던 리모델링 TF를 '리모델링 영업팀'으로 격상시키는 등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건설도 지난달 서울 강서구 염창 무학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따냈다. 한화건설이 리모델링 사업을 단독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273가구 규모 염창무학아파트를 지하 5층~지상 24층, 아파트 5개동, 302가구 규모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1205억원 규모다.

    한화건설은 리모델링 사업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판단, 올해 1월 리모델링 전담팀을 출범하고 대내외적으로 기술력 및 영업력을 강화했다. 프리미엄 주거브랜드로 자리매김한 '포레나'를 앞세워 단독 또는 컨소 형태의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1일 총 도급액 1924억원 규모의 용인시 수지 뜨리에체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다. 단지는 기존 430가구에서 수평증축을 통해 지하 4층~지상 24층, 6개동, 494가구로 재탄생된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5월 인천에서 쌍용건설과 컨소로 리모델링 시장에 처음 진출한 데 이어 약 4개월 만에 첫 단독 수주까지 일궈냈다. 올 들어 리모델링, 가로주택 사업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리모델링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잇따라 리모델링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은 시장의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리모델링 사업 시장 규모는 2030년에 약 3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주물량 역시 껑충 뛰어올랐다. 올해 아파트 리모델링 발주물량은 19조원 선이다. 연말까지 2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20년 1조3000억원, 2021년 9조1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건산연도 2025년 37조원, 2030년에는 44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올해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마친 단지는 지난해 말보다 41.4% 증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94곳이 조합을 설립했는데, 올해는 9월 기준 총 133곳의 조합이 탄생했다.

    최근에는 1기 신도시에서도 리모델링 추진이 확산하고 있다. 아직 재건축 연한(30년)에 도달하지 않은 단지들로 노후한 주거환경을 빠르게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경기 성남시 분당 무지개마을 4단지에서 1기 신도시 최초로 정비사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12월부터 입주민들이 이주할 예정이며 내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한다. 2016년 시공사를 선정한 후 7년 만에 첫 삽을 뜨는 셈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 문촌마을16단지는 최근 포스코건설을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했다. 일산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첫 사례다. 인근에서 리모델링을 준비 중인 강선마을14단지도 현대건설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으며 28일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리모델링 사업 추진의 가장 큰 장점은 재건축사업보다 간단한 절차에 있다. 리모델링 사업은 △조합설립 △안전진단 △건축심의 △행위허가 △이주·착공 △입주 순으로 진행된다.

    재건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준공 연한 30년을 넘겨야 하지만 리모델링의 경우 15년이상이면 추진이 가능하다. 안전진단 D등급이하인 경우 사업이 가능한 재건축과 달리 C등급 이상이면 진행할 수 있다.

    사업성 측면에서도 리모델링사업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적용을 받지 않아 조합분담금이 비교적 작다.

    또한 수직증축을 통해 30가구 미만을 분양할 경우 분양가상한제의 적용도 피할 수 있다. 리모델링은 수평증축과 수직증축으로 나뉜다. 수직증축의 경우 수평증축보다 안전진단 규제가 까다롭고 공사 기간이 길지만, 수익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건축법상 수평증축은 기존 아파트 건물옆에 새 건물을 지어 85㎡ 미만의 경우 전용면적의 40% 이내, 85㎡ 이상은 30% 이내로 면적을 늘릴 수 있다. 수직증축은 기존 아파트 건물 위로 층수를 올리는 방식으로 14층 이하는 최대 2개층, 15층 이상은 최대 3개층을 증축할 수 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비를 충당하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자기 돈으로 집을 다시 지어서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리모델링 단지에서는 재건축 연한까지 기다리고, 각종 규제에 부딪히느니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빠르게 끝내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이 재건축과 별개의 시장으로 분리됐다고 본다. 그간 리모델링사업은 재건축 규제를 피하기 위한 대체재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재건축 규제 완화 효과가 생각보다 적으면서 리모델링사업이 반사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는 재건축 가능 여부에 따라 리모델링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며 "아파트의 노후 단계, 준공 시기 등에 따라 리모델링이 가능하다는 게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용적률이 높은 1기 신도시 등에서는 리모델링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B사 관계자는 "준공 15년만 지나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사업기간도 짧다 보니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계속 늘고 있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가 리모델링 사업에 영향을 주기보단 전략을 수정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