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사건에 이어 몰카까지… 기강해이 넘어 범죄로 ‘심각 수준’ 간부급 직원은 본부 체력단력실서 불법촬영강도태 이사장 “책임 통감… 재발방지 등 시스템개선 착수”
  •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신뢰도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역대급 횡령에 이은 불법촬영 사건도 드러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 건강권을 지키고 건강보험을 운영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전면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강원도 원주 건보공단 본부에서 국정감사를 열고 기강 해이를 넘어선 일련의 사건에 대해 추궁했다. 문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닌 건보공단 시스템의 부재라는 지적이 다수를 이뤘다. 

    이날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은 “46억 횡령 사실을 파악했으면서도 건보공단은 급여 444만원을 입금했다. 횡령 금액뿐 아니라 급여도 회수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그간 청렴도 평가에서 7년 연속 ‘최상위’로 평가받았는데, 이는 이미 훼손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2010년 이후 건보공단의 직원 횡령은 이번 사건을 제외하고도 5건이나 존재했다는 것이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는 횡령에 연루된 직원에게 급여는 물론 퇴직금까지 지급한 정황도 드러났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건보공단이 운영하는 보험료만 100조원이 넘는다. 국민이 내는 돈을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며 “피의자는 계획적으로 계좌정보를 조작해 횡령했다는데, 이는 시스템의 허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보공단은 과거 횡령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개선하겠다는 답변을 했지만, 횡령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다시는 금융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프로세스 개선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지난 2010년 횡령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2억여 원 중 약 7500만원만 회수된 적이 있는데, 이번 46억원도 돌려받지 못하면 국민이 내는 건보료로 채워야 하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현재 경찰은 피의자가 해외로 떠난 것을 확인한 뒤 여권무효화 작업을 비롯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협조 등 추가 조치를 취한 상태다. 

    ◆ 본부 내 체력단력실서 벌어진 불법촬영도 질타

    횡령뿐만이 아니다. 건보공단 간부급 직원이 지난 6일 오전 7시 10분경 본부 내 체력단력실에서 한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입건돼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피해 여성은 신체촬영으로 생각되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시설 관리부서에 확인을 요청했으며, 이후 건보공단이 해당 직원을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애 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2차 가해가 없도록 하고, 추가 피해자가 확인되면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라”며 “내부 징계도 허술한 점이 없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최연숙 여당 의원도 “횡령 사건에 이어 공단 직원이 여성 체력단련실에서 몰카를 설치해 조사를 받고 있는데, 도덕적 해이가 어디까지인지 참담하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 ▲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3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3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 회초리 맞은 강도태 이사장, 개선은 하겠다는데…

    강도태 건보공단 이사장은 “임직원 모두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업무 전반을 종합적으로 철저히 재점검하여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 강 이사장은 횡령 건과 관련 일부 개선책을 내놓기도 했다. 기존 팀장에게 쏠렸던 채권 처리 권한을 부장급으로 상향해 권한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을 넘어 공단의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건보공단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권 말 낙하산 인사로 들어온 강도태 이사장이 공직 기강을 바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