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지수 하루 새 7% 급락…ELS 대거 녹인 배리어 터치항셍테크 지수 추종 ETN 조기 청산…상장폐지 절차 돌입주요 증권사 이익 감소 및 헤지 비용 부담 증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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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증시가 요동치면서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상품의 상장폐지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수가 떨어지면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들의 원금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어 투자주의가 요구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증권의 ‘KB 레버리지 항셍테크 선물 ETN(H)’은 지난 24일 조기청산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데 이어 이날부터 상장폐지지 절차를 밟는다.

    항셍테크지수 선물 가격 변동 폭을 2배 추종하는 이 상품은 올해 들어서만 80% 가까이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4일 홍콩 항셍테크 지수가 10% 가까이 급락, 지표가치(IV)가 869원까지 내려가 조기 청산 사유가 발생했다. 

    지표가치란 만기 시점에 받을 수 있는 해당 상품의 실질 가치를 말한다. 거래소는 2020년 8월 이후 상장한 ETN에 대해 지표가치가 80% 이상 하락하거나 1000원 밑으로 내려가면 조기 청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상장한 KB 레버리지 항셍테크 선물 ETN의 시가총액은 101억2000만원으로 당초 2026년 만기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찍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되면서 KB증권은 홍콩 증시의 선물 정산가격을 바탕으로 상환가격 및 정확한 상장폐지일을 공지할 계획이다.

    비슷한 구조인 삼성증권의 ‘삼성 레버리지 항셍테크 ETN(H)’도 조기 청산 위기에 몰렸다. 이 상품 또한 지난 24일 지표가치 1078원을 기록해 조기 청산을 간신히 면했지만, 투자유의 경고를 받았다.  

    이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3연임에 성공하면서 H지수(HSCEI), 항셍지수 등 주요 홍콩 주가지수가 급락한 영향이다. 지난 24일 HSCEI와 항셍지수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7.30%, 6.36% 급락한 바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당 대회 이후 시진핑 체제에 대한 리스크가 중국 본토 증시는 물론 홍콩 증시를 강타했다”라며 “사실상 시진핑 1인 통치 제제 현실화에 대한 공포감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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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사들이 발행한 홍콩 지수 연계형 ELS도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ELS는 특정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가격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조기·만기 상환으로 약속한 수익률이 보장되지만, 그 밑으로 하락하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

    실제 KB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HSCEI와 연계된 자사 ELS 상품이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에 들어가거나 조기상환이 연기됐다고 잇달아 공지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공모 ELS 발행 규모는 10조3036억원에 달한다.  

    현재 이 중에서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상품 규모에 대해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H지수 5000선이 무너질 경우 약 6조원에 달하는 상품이 원금 손실 위험에 처하게 된다. 전일 기준 HSCEI 지수는 5180.31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ELS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이익 감소 및 헤지 비용 부담 증가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 HSCEI 지수가 9월 말부터 6000포인트를 밑돌면서 이에 따라 ELS 녹인 및 증권사 파생운용 실적에 대한 우려가 발생했다”라며 “조기상환 이익 감소, 헤지 손익 감소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백 연구원은 이어 “최근 증권업에 위기 요인으로서 회자되고 있는 부동산 PF와 ELS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책 지원과 투자심리 안정 등을 통한 문제 해결과 금융기관들의 복원력 및 회복 탄력성에 방점을 둘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시작했던 지난 2020년 3월과 같은 급격한 헤지손익 악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백 연구원은 “매크로 관점에서 내년 1분기를 통화정책 긴축의 고점이라고 봤을 때, 내년 상반기부터 ELS 손실 폭이 축소되거나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며 “올해 대비 손익 측면에서 증익 요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