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5년차도 대상민간기업 물론 공기업, 정규직까지 덮쳐재구직 어려워 또다른 사회적 문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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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퇴직의 관행이 깨지고 있다.

    20~30년차, 50대 이상에 한하던 조건이 4~5년차 대리직급까지 확대되고 있다.

    민간 기업은 물론 고용안정의 대명사로 불리던 공기업도 예외가 아니며 정규직 마저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 중심의 구조조정 관행이 깨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13일 LG화학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근속 5년 이상 첨단소재사업부 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근속 5~10년 퇴직자에게는 기본급 30개월, 10년 이상 직원은 60개월 치가 위로금으로 책정됐다. 이달 심사를 거쳐 퇴직 발령을 낼 예정이다. 

    재계 2위 SK그룹의 계열 SK넥실리스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처음으로 주력 사업인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 부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대상자는 5년차 내외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국내 대표 공기업 한국전력마저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충격적인 것은 대상자가 입사 4년차(근속연수 3년)까지 내려왔다는 점이다.

    한전은 전체 희망퇴직 인원의 20%를 입사 4년차 이상~20년 미만 직원 중에서 선정할 예정이다. 위로금은 최대 1억1000만원이 설정됐다.

    재계 1위 삼성전자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주 네트워크 사업부 인력 10~15%를 그룹내 다른 회사로 전보 발령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6G 등 주요사업 부진에 따른 타개책이다.

    한요셉 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그동안 '고연차는 충분히 누렸으니까 조금 양보를 해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있었다. 희망퇴직을 중장년, 20년차 이상에 대한 보상을 후하게 한다는 개념으로 갔지만 기존 관행은 사실 기업의 이익하고 좀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 근속자들은 특화된 지식이라든지, 기술을 갖췄을 가능성이 높다"며 "희망퇴직이 선입선출이 아닌 후입선출, 레이트 인 퍼스트 아웃(late in, first out)으로 저연차부터 해고되는 것도 (기업 입장에선) 꼭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다만 "해외의 경우 저연차는 정리가 되더라도 다시 구직이 쉬워 별로 큰 부담이 되지 않지만 국내의 경우 다시 일자리를 구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저연차를 퇴직시킨다는 게 사회적으로 별로 좋지 않게 생각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