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부정적 이미지로 폐지… '부활' 필요성 제기주요 계열사 사업지원TF 역할 '한계' 지적 잇따라정현호 부회장 중심 TF 구조 '보완기구' 신설 가능성지배구조 재편 결과에 따라 컨트롤타워 재건 방식 달라질 수 있어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으로 본격적으로 '뉴삼성'이 시작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이 절실해졌다. 지난 2017년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을 해체한 이후 3개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계열사 간 역할 조율 등을 맡아왔지만 60여 개 회사를 총괄해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선 컨트롤타워 복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삼성 대내외적으로 높다.

    삼성은 과거부터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을 거쳐 미전실이라는 컨트롤타워를 두고 각 산업분야별로 포진된 다수의 계열사들을 관리해왔다. 사세가 확장될 수록 컨트롤타워의 필요성과 무게감은 더해질 수 밖에 없었고 이재용 부회장 시절 이 컨트롤타워인 미전실이 법적 책임을 지지는 않지만 사실상 삼성그룹을 좌지우지하는 조직이라는 비판을 들으며 결국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이후 지난 5년 간 삼성은 사업지원, 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 등 3개 분야에 사업지원TF가 세워졌고 미전실 대비 최소한의 수준에서 계열사 간의 공통 이슈를 논의해왔다.

    미전실이 사라지고 사업지원TF로 명맥을 이어오는 기간 동안 삼성은 사실상 그룹 미래 대비 차원에서 큰 밑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반도체와 바이오 등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수조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대규모 사업에서 해당 사업을 하는 회사 수준에서만 추진이 진행되고 그룹사들이 역할을 하지 못해 한계가 있었다. 그룹 공채와 사회공헌활동 등에서도 계열사별로 각기 다른 전략으로 접근하다보니 삼성이라는 한 그룹 내에서도 교류가 어려운 현실이었다.

    게다가 미래 성장동력을 갖추기 위해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 2017년 전장업체 하만(Harman)을 인수한 이후 이렇다할 대규모 M&A를 추진하지 못했고, M&A시장에서도 삼성과 같은 큰 손이 매물 검토만 하고 실제 인수 추진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다른 대기업들도 시장을 관망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평하기도 한다. 대형 M&A를 추진하기 위해선 최종 의사결정과정이 중요한데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없다보니 매번 검토 수준에서 딜 추진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에 대한 필요성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이 회장 시대가 본격화되면 앞서 보다 훨씬 더 컨트롤타워 역할이 절실해질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삼성에서 준법경영을 위해 자발적으로 신설한 기구인 삼성준법위원회도 컨트롤타워 재건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표한 바 있다. 지난 12일 이찬희 2기 준법감시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 생각으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다.

    다만 이 회장이 과거 부회장 시절 미전실 해체를 직접 결정한 입장에서 이를 번복해 컨트롤타워를 다시 세운다면 뉴삼성을 새롭게 열어가는 초입부터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이 사안에 대해 훨씬 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과거 미전실이 존재 자체가 법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조직이라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점과 그룹 권력이 지나치게 한 조직에 집중돼있다는 점에서 질타를 받았는데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이 이런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하고 컨트롤타워를 되찾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수시로 증명할 수 있는 구조를 새로 짤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정현호 부회장을 중심으로 꾸린 사업지원TF를 이어가는 대신 이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기구나 공개 감사를 정례화하는 식으로 보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이 준법 경영 실천을 위해 준법감시위원회를 설립한 것처럼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감시기구를 마련할 수 있다.

    아직 삼성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문제가 남아있는만큼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컨트롤타워를 다시 세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삼성은 지배구조 관련 자문을 구하기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용역을 맡겨놓은 상황인데 여기서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해 그룹 운영에 투명성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를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