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최대' 매출에도 수익성 뒷걸음질...주력사업 가전·TV 수요 감소 여파2Q보다 적자 커진 TV사업...'올레드 텃밭' 유럽시장 악화 영향완성차업계 회복에 날개 단 전장사업...흑자구조 안정화 접어들어
  • ▲ 97형 LG 올레드 TV ⓒLG전자
    ▲ 97형 LG 올레드 TV ⓒLG전자
    LG전자가 2분기 연속으로 주력사업인 TV와 신성장 동력인 차량용 전장 사업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계속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G TV의 주력 시장인 유럽에서 타격이 컸던 반면 전장사업은 수요가 늘며 지난 2분기 흑자전환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LG전자는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올 3분기 매출액은 21조 1768억 원, 영업이익은 746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해 '분기 최대' 기록을 세웠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에 GM 전기차 충당금 관련 4800억 원이 영업이익에 포함된 영향을 제외하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가 분기 최대 매출을 올리고도 수익성을 챙기지 못한데는 아무래도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고물가 등으로 핵심 사업인 가전과 TV 등에서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도 세계 1등 가전사답게 가전(H&A)사업에서는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확대돼 매출 신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간 인테리어 가전 '오브제 컬렉션'을 중심으로 신가전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몰이에 성공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문제는 TV였다. 가전과 함께 LG전자 실적을 쌍끌이하던 TV(HE)사업은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수요 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LG전자 TV의 핵심이자 자존심인 올레드(OLED) TV가 집중적으로 판매되는 유럽시장이 위축된 것이 전체 TV사업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이날 실적발표를 통해 "글로벌 TV 수요 감소와 지속된 러시아-우크리아나 전쟁으로 유럽 내 소비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제 LG전자 올레드TV의 약 45%가 유럽시장에서 판매될 정도로 유럽은 LG전자 TV사업에 있어서 중요도가 높은 시장이다. 여전히 글로벌 최대 TV시장은 북미지역이지만 유럽 소비자들이 올레드TV 선호도가 높고 OLED TV 중에서도 원조격인 LG전자 TV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유럽시장의 위축은 뼈 아픈 대목이다.

    앞서 팬데믹 2년 동안 TV사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것도 전반적인 TV 수요가 감소하는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본다. 당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TV를 비롯한 가전 수요가 일시적으로 넘쳐나는 이른바 '펜트업 효과'로 LG전자는 물론이고 삼성전자 등 주요 가전기업들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는데, 이 펜트업 수요가 사그러드는데 더해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상황이 겹치면서 TV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는게 업계 전반의 의견이다.

    하지만 TV업체들 간의 판매 경쟁은 이어지고 있어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 없다는게 결국 수익성엔 악영향으로 돌아온 모습이다. 판매가 부진했던 TV 뿐만 아니라 가전에서도 수익성을 챙기지 못했던 건 마찬가지 상황이라 실적 효자였던 이 두 사업의 실책이 전체 수익성이 악화된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 LG전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디지털 콕핏 컨셉 사진 ⓒLG전자
    ▲ LG전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디지털 콕핏 컨셉 사진 ⓒLG전자
    대신 지난 2분기동안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해온 전장(VS)사업에서 연속으로 성과를 맛보면서 그나마 위로가 되는 분위기다. 전장사업은 코로나19 상황 이전부터 흑자전환이 눈 앞에 왔다는 사실에 고무되는 모습이었는데 코로나19로 전방산업인 완성차업계가 셧다운 되는 등 제대로 생산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흑자전환 시점을 미룰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올 들어 완성차업계가 다시 기지개를 펴며 적자를 버틴 VS사업도 수주를 확대하고 안정적으로 생산에 돌입할 수 있게 돼 흑자전환 꿈을 이뤘다. 지난 2분기 흑자전환과 함께 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VS사업은 올 3분기엔 여기에 2배 수준인 961억 원 영업이익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동시에 매출도 직전 분기 대비 15% 성장해 흑자전환 이후 실적이 안정화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4분기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가전과 TV사업의 대표적인 성수기가 4분기이지만 올해는 4분기에도 수요 위축세가 심상찮다는 분위기다. 게다가 연말 성수기를 맞아 업체들 간에 마케팅 경쟁은 더 강력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비용감축도 쉽지 않다.

    전장사업도 시장에 잘 안착했지만 거시경제 변수가 워낙 큰 까닭에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완성차업체들과 부품사들의 추가 주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공급망 관리에 철저히 나서 흑자 구조를 완전히 굳히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